김덕수 “사물놀이에 푹 빠진 40년… 장구산조는 새로운 도전의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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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구 독주 앨범 낸 김덕수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12일 만난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는 “바이올린부터 전기기타까지 다양한 악기와 협연하며 장구채 쥐는 법, 타점(打點)의 미묘한 변화까지 채를 다루는 수백 가지 길을 찾아냈다”며 웃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12일 만난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는 “바이올린부터 전기기타까지 다양한 악기와 협연하며 장구채 쥐는 법, 타점(打點)의 미묘한 변화까지 채를 다루는 수백 가지 길을 찾아냈다”며 웃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66세의 김덕수 씨는 올해로 데뷔 61년째다.

불과 다섯 살이었다. 남사당패였던 아버지의 손목을 잡고 나온 것이. 무동이자 새미(어른 어깨 위에서 춤추는 무동)로 길 위의 인생을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다.

동료들과 북, 꽹과리, 징, 장구를 들고 앉은 것이 40년 전이다. 1978년, 국악을 세계에 알린 사물놀이의 탄생이다. 사물놀이 40년, 또 다른 도전을 앞둔 김 씨를 최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났다.

“새마을운동이 전통문화에는 죽음의 운동이었어요. 우리 전통의 관혼상제와 각종 의식을 모두 허례허식으로 봤죠. 광대들이 고사될 판이었죠. 더욱이 꽹과리, 북, 징, 장구는 노동운동, 학생운동의 선두 지휘자들이었잖아요. 길에서, 밖에서 두드리면 유치장에 가니 실내에 들어앉아 두드릴 수밖에요.”

사물놀이는 세계타악대회에서 현지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우리 것의 세계화’라는 타이틀로 칭송을 얻었다.

“글쎄요. 장단은 철저히 우리 것에서 가져왔지만 정서는 만들어질 때부터 이미 세계인의 것이었어요. 어려서부터 딥 퍼플, 레드 제플린 같은 하드록부터 밥 딜런, 존 바에즈의 모던 포크까지 들으며 자랐거든요. 처음 사물놀이의 정서적 드라마를 구상하면서 자연스레 그런 것들이 녹아들었기에 세계인의 마음을 울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사물놀이는 비틀스를 닮았다. 김 씨는 19일 나오는 독특한 신작 CD를 기자에게 내밀었다. 제목은 ‘장구산조’(사진). 60년간 두드려온 김 씨의 첫 독주 녹음이다. 가야금 같은 현악기로 연주하는 산조를 반주 악기이자 리듬 악기인 장구 독주와 연결시킨 것은 처음이다. 42분 넘게 두드리며 혼을 빼는 장단을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스피커에서 땀 냄새가 올라오는 듯하다.

“우리 리듬은 세계화됐고 그만큼 더 화려해졌죠. 치열하게 분절된 리듬, 수백 가지 장단 꼴을 죄다 펼쳐내듯 풀어봤습니다. 앞으로 후배들이 장구산조라는 분야를 탐구해줘도 좋고, 저라도 2집, 3집 내야죠.”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부터 다국적 재즈그룹 ‘레드선’과 합작한 ECM 재즈 앨범, 사카모토 류이치의 ‘남한산성’ 영화음악까지…. 다양한 대중음악가와 소통하며 새로운 모색을 해온 길도 굽이굽이였다.

“당시 연희동 서태지 씨 집에 가서 열여섯 마디 반주를 듣고 원테이크로 태평소를 녹음하고 나왔죠. 청소년들에게 우리 음악의 흥을 알리고픈 마음뿐이었어요. 그 이후 저희 사물놀이 공연에 고교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죠.”

동갑인 사카모토는 국경을 넘은 그의 운명적 음악 친우다. 사카모토가 멤버로 데뷔한 전설적 일본 전자음악 그룹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의 창단 시기도 사물놀이와 같은 1978년이었다.

“1980년대 사물놀이의 첫 해외공연 때도 사카모토가 기획위원이었고 함께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죠. 죽을 때까지 의미 있는 작업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김 씨는 한국의 전통장단을 집대성한 책을 쓰고 있다. 국제적 음악 언어로 세계에 우리 장단의 우수성을 쉽고 자세하게 알리기 위해서다. 김 씨는 그룹 ‘레드선’과 10년 만에 합동 무대를 꾸민다. 경기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20일 열리는 ‘김덕수 사물놀이: Call to Spirit & Big Vibration’ 공연이다.

“동서양의 춤과 음악이 융합되는 새로운 무대가 될 겁니다. 육자배기와 블루스, 슬픔과 흥의 정서는 서로 통하잖아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장구산조#김덕수#사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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