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회 기자의 관계의 법칙]갈라파고스 신드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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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는 미완의 새다. 날갯짓을 잊어버려 생존수단인 날개가 퇴화됐다. 도도새는 지상의 낙원으로 불리는 인도양의 모리셔스에서 천적도 없이 살았다. 그렇다 보니 외부 세계에 대한 대처법을 몰랐다. 결국 다른 동물들이 유입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의 정보기술(IT)산업이 도도새 처지에 놓여 있다. 일본 휴대전화 인터넷망(I-mode)의 개발자인 나쓰노 다케시는 일본의 전자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완전히 고립된 섬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초창기부터 내수시장에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해 국제표준에 기초한 세계시장과 달라 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갈라파고스 신드롬(Galapagos syndrome)’이라 명명했다. 갈라파고스는 남미 대륙에서 약 1000km 떨어져 있는 제도(諸島). 일반 생태계와는 달리 특이한 고유종(固有種)들이 서식한다.

그런데 고독은 고립과는 사뭇 다르다. 고독은 우리 곁에서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우리 자신을 성찰하게 해서 더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고독할 때에 한해 그 자신일 수가 있다”고 말했다.

요즘 ‘홀로 즐기는 것’이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혼술, 혼밥, 혼영이라는 단어는 이제 일상어가 된 느낌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싱글라이프에 너무 익숙해져 사람들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느낀다면 곤란하지 않을까.

김규회 지식서비스센터 부국장
#갈라파고스 신드롬#도도새#나쓰노 다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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