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음악의 화음에서 ‘클림트’가 연상 되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1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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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의 시대가 가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옛 미디어인 LP(이른바 ‘블랙 레코드’)는 애호가들 사이에 다시 사랑을 받고 있지만, CD 판매는 날로 하향세이며 온라인 음원이 이를 대체하고 있죠. 그렇다고 해서 ‘손에 실물을 쥐는’ 음반의 매력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듯합니다. 음반세대인 저의 푸념일 뿐일까요.

음반이 주는 매력 중에는 앨범 커버 디자인도 작용합니다. 연주를 맡은 예술가의 사진으로 음반 표지를 장식하는 경우도 많지만, 고금의 명화도 음반 커버로 사랑을 받습니다. 독일 낭만주의 음악에는 독일 화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그림, 드뷔시나 라벨의 인상주의 음악에는 모네나 르누아르의 인상파 회화가 즐겨 쓰이는 식이죠.

클림트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그림도 음반 표지에 자주 등장합니다. 그는 음악분야에서 활동한 ‘또 다른 구스타프’, 구스타프 말러와 함께 오스트리아 빈의 세기말을 꽃피운 예술가로 꼽힙니다.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였고, 말러의 부인이었던 알마가 첫 키스를 나눈 상대가 클림트였다는 속닥거림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말러의 교향곡에는 클림트의 그림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클림트의 그림과 가까운 또 한 사람의 작곡가가 있습니다. 베토벤입니다. 베토벤은 1770년에 태어났으니 활동 시기가 클림트보다 대략 한 세기나 빠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베토벤의 화음에서 클림트를 연상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클림트가 그린 대작 ‘베토벤 프리즈’ 때문입니다. 발표될 때 전시장의 세 벽면을 사용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이 작품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에서 받은 감동을 재현하기 위해 제작했고 자연히 오늘날 이 곡을 비롯한 베토벤 작품의 음반 표지에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는 2006년 동아음악콩쿠르 바이올린부문 우승자 김지윤과 2007년 이 콩쿠르 피아노부문 우승자 김재원, 그리고 안두현 지휘 양평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출연하는 ‘클림트, 베토벤을 만나다’ 콘서트가 열립니다. 한 천재로부터 후대의 천재로 전해진 예술혼을 엿볼 기회가 될 듯합니다.

유윤종 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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