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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민정 “하늘 위까지 올라간 땅위의 부조리 고발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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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민정 “하늘 위까지 올라간 땅위의 부조리 고발하고 싶었죠”

조윤경 기자 입력 2018-09-13 03:00수정 2018-09-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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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소설 ‘미스 플라이트’ 펴낸 박민정 작가
‘미스 플라이트’에는 죽은 유나의 친구 철용이 고액 연봉을 받는 항공사 조종사들에게 노조가 왜 필요한지를 깨닫는 대목이 나온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하늘에서조차 땅 위의 조직과 시스템, 그리고 부조리가 재현되는 이야기죠.”

최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만난 박민정 작가(33)는 신작 소설 ‘미스 플라이트’(민음사·1만3000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미스…’는 2009년 만 스물넷의 나이로 등단해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등을 받으며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른 그의 첫 장편 소설이다.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딸 유나, 전직 공군 대령인 유나의 아버지, 한때 유나 아버지의 부하였고 현재는 항공사 부기장이 된 영훈의 이야기다.

“주변에서 승무원, 군인으로 일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방위산업 비리 폭로 기사를 접했는데, 이들을 잘 엮어 볼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공군과 항공사 간 관계, 항공사 내부에서 사관학교 출신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 갈등, 승무원끼리 경쟁 등 사건 자체만을 보여주기보다는 인물들의 관점과 사건으로 인한 변화, 좌절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소설에서 5년 차 승무원 유나는 탑승객의 성희롱과 폭력, 회사의 면세품 판매 압박, 팀원의 생활을 감시하는 ‘엑스맨 제도’에 내몰린다. 조종사 노조 간부인 탓에 사측의 감시를 받고 있는 영훈은 자신을 잘 따르던 유나와 불륜관계란 소문에 휩싸인다. 방산 비리에 연루돼 불명예 제대한 유나의 아버지는 딸이 자살하고 나서야 감춰진 진실을 알고자 노력한다. 결국 한평생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회 부조리에 대해 깨닫는다.

“실제로 부모님도 제 소설을 보시며 ‘우리 딸이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구나. 딸이 이런 얘길 하는데 믿어봐야겠다’고 말씀하셨죠.”

성폭력, 몰래카메라 등 여성 문제를 작품에서 주로 다뤄 온 그는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 소설을 구상할 때도 ‘사회적 상상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요즘도 여성 작가가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들이 계세요. 제가 대학생이던 십여 년 전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밝히면 주변 사람들이 날 떠나지 않을까 걱정해야 했는데, 그 시절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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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이른 나이에 등단한 그는 이제는 ‘이런 얘기를 해도 괜찮을까?’라며 눈치를 보지 않게 됐고 두려운 마음도 덜해졌다고 한다. 현재 여러 편의 중·장편 소설을 준비 중이다.

“어렸을 때 오정희 선생님의 소설 ‘중국인 거리’를 읽으면서 이야기 속 여자아이의 눈빛이나 행동이나 촉감이 생생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 소설을 읽는 분들도 한 등장인물의 인생이 콕 박혀서 잊혀지지 않았으면, 그래서 자기 안으로 들어와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미스플라이트#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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