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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예술이 자란다, 캔버스가 된 가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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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예술이 자란다, 캔버스가 된 가파도

김민 기자 입력 2018-04-17 03:00수정 2018-04-17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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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프로젝트’ 7년째 착착
거장 작품으로 섬 전체를 예술 공간으로 만든 일본 나오시마와 달리 ‘가파도 프로젝트’는 예술가 레지던스 ‘에어’를 조성하는 우회전략을 택했다. 현대카드 제공
전체 면적 0.84km², 가장 높은 지점이 해발 20.5m. 2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섬. 제주도와 마라도 사이에 위치한 ‘가파도’는 현재 약 170명이 살고 있는 자그마한 땅이다. 육지 사람에겐 이름도 익숙지 않은 이 섬에 예술가 레지던스 ‘가파도 에어(AIR·Artist In Residence)’가 들어섰다.

19일 찾은 가파도는 제주 서귀포시 모슬포항에서 배로 10여 분 거리로 ‘위에서 보면 달걀 프라이, 옆에서 보면 고래등’처럼 생겼다. 주민 90%가 어업에 종사하며, 특히 해녀가 가정 경제를 책임져왔다. 우연히 마주친 한 해녀는 “부모 잘 만나 서울에서 태어났다니 부럽소. 우리들은 ‘어매 왜 날 낳았나’ 울면서 살기 위해 물질을 배웠는데. 자식들은 섬을 떠나 우리가 죽으면 명맥이 끊길 것”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런 곳에 새로운 자연과 경제, 문화적 생태계를 구성하겠다며 제주도와 현대카드가 힘을 모은 ‘가파도 프로젝트’의 출발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축가 최욱이 이끄는 ‘원오원 건축사무소’가 참여해 빈집을 숙박시설로 개조하고 여객터미널을 리모델링했다. 기존 건물을 최대한 활용해 섬의 지형과 자연스레 어울리는 세심한 건축이 이뤄졌다.

핀란드 디자인 듀오 ‘컴퍼니’ 신경섭 작가 제공
‘재생’이란 대목에서 ‘예술 섬’으로 거듭난 일본 가가와현 나오시마가 떠올랐다. 가파도 프로젝트는 시작할 때만 해도 ‘제주의 나오시마’로 언급되곤 했다. 나오시마는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이나 안도 다다오의 ‘베네세하우스’ ‘지중미술관’, 그리고 미술관이 소장한 클로드 모네, 앤디 워홀 작품으로 세계 예술 애호가들을 끌어들인다. 독특한 건축물과 함께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 예술 체험이 핵심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본 ‘가파도 프로젝트’는 아직 이 핵심까지 접근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였다.

물론 이는 ‘가파도 프로젝트’만의 한계는 아니다. 서울에서도 국제적 현대미술 컬렉션을 갖춘 국내 미술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현실적 한계 속에서 가파도는 섬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만들기보다는 작가들이 섬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들고 그것으로 섬을 알리는 우회적인 방법을 택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가파도 프로젝트는 완성이 아니라 이제 막 출발했다. 새로운 영감을 선물하는 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파도 에어’에는 핀란드 디자이너 듀오 ‘컴퍼니(COMPANY)’와 영국 작가 제인&루이스 윌슨 자매, 한국 작가 양아치, 정소영 등이 입주했다. 이들은 2∼6개월 동안 가파도에 머무르며 작업할 예정. 앞으로도 전문가 추천을 받은 다양한 예술가가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현대카드 지원으로 제주도가 직접 운영한다.

영국의 제인&루이스 윌슨 자매 등이 입주했다. 신경섭 작가 제공
섬에서 만난 영국 런던 테이트미술관의 이숙경 시니어 리서치 큐레이터는 “참여 작가들이 제주 설화나 전설을 풍부하게 조사했고, 특히 냉전 이데올로기와 지역 분쟁에 대한 작업을 이어온 윌슨 자매가 한반도에 관심이 컸다”며 “최근 한국 미술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 이런 에너지가 가파도를 매개로 세계무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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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가파도 프로젝트#현대카드#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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