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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여행 전문기자의 休]진짜 겨울, 여기에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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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여행 전문기자의 休]진짜 겨울, 여기에 있었네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 입력 2017-02-18 03:00수정 2017-02-1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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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키타 현
아키타 현의 겨울풍정은 이렇듯 따뜻하고 소담스러우며 그윽하다. 해질 녘 산중의 눈 속에서 가마쿠라를 밝힌 촛불로 아름답게 그 모습을 드러낸 뉴토온천향의 쓰루노유 온천 료칸. 유카타에 하오리를 걸친 료칸 욕객들이 설경을 감상하고 있다. 아키타 현(일본)=조성하 전문기자
여행을 떠나는 이유, 제각각이다. 그래서 목적지도 각양각색. 그럼에도 그 허다한 여행엔 관통하는 공식이 있다. 여행지가 여행목적에서 벗어날 수 없음이다. 이 겨울, 누군가는 인도양 몰디브의 섬 리조트를 찾는다. 추위와 번잡함을 피해. 또 누군가는 라스베이거스를 찾는다. 따분한 겨울을 카지노 타운에서 환락으로 몰아내고파.

만약 내게 그 기회가 주어진다면? 일본 아키타 현으로 눈 여행이다. 진정한 겨울풍정이 거기 있어서다. 온종일 며칠이고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맞고 싶어서다. 눈 쌓이는 소리마저 들릴 만치 적막한 산중 료칸에서 이 겨울의 절대정적에 싸이고 싶어서다. 그 폭신한 눈에 파묻혀, 따스한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그 눈을 맞고 싶어서다. 그게 아키타의 겨울이다.

3일 정오. 아키타(秋田)행 전세기가 인천공항을 이륙했다. 정기편은 운항 중단 상태. 그래서 이런 직항 편은 휴가철에만 뜬다. 2시간 10분의 비행 중 혼슈 서해안에 이르는 동안엔 청명했다. 후지 산까지 보일 정도로. 그런데 혼슈 북쪽에 이르자 짙은 구름이 낮게 대지를 뒤덮은 모습이었다. 이 구름, 아키타 눈의 진원이고 그 배경은 동해(東海)다. 한겨울 대륙에서 동남방으로 불어대는 차가운 북서풍이 따듯한 바다의 습기를 이 도호쿠(東北·동북부) 지방으로 몰아댄 덕분이다.

아키타 현은 혼슈 최북단의 아오모리 현 바로 밑의 동해변. 북위 40도 선상인데 그 위도엔 함흥(북한)과 베이징(중국)도 있다. 아키타는 도호쿠에서도 북방의 기타도호쿠(아오모리 아키타 이와테 3현). 그래서 여길 찾을 때마다 함경도 지방을 떠올리는데 느낌이 비슷해서다. 그런 아키타를 이 겨울에 찾은 이유도 같다. 눈에 덮이면 세상과 단절된 듯한 분위기가 이곳의 적막감을 더욱 풍성하게 해서다. 거기서 내가 기대하는 것, 그곳에 내재한 편안과 휴식이다.

오후 네 시가 조금 지난 시각. 비포장도로로 1km나 들어와야 하는 산중 쓰루노유(鶴の湯) 온천 료칸 입구가 도열한 가마쿠라(눈을 다져 만든 작은 설동·雪洞)안 촛불로 밝혀졌다. 료칸이 여기 들어선 게 1691년이니 벌써 326년이나 된 셈. 하가와가(家)에서 13대 물림한 것을 35년 전 사토 가즈시(佐藤和志) 씨가 인수해 운영 중이다. 그간 변화가 없을 수 없는데 ‘혼진(本陣)’객사의 1∼3호 만큼은 초기 것. 혼진이란 아키타 번의 다이묘(大名·영주)가 여행길에 묵는 숙소다. 쓰루노유는 한 다이묘가 치료차 찾았던 곳으로 이후 산킨코다이(參勤交代·다이묘를 강제로 일정기간 에도에 머물게 하는 에도시대 제도)가 실시되며 영주와 무사의 숙소로 이용됐다.

쓰루노유의 객사는 초가(草家)에 목조로 고풍스럽다. 이곳 오카미(女將·여성총지배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연의 일부로 포섭’될 정도로. 이곳 유황온천은 작은 계류 옆에서 솟는다. 그래서 욕장(실내·노천)과 숙사 모두 물가에 들어섰다. 이 산중엔 오직 쓰루노유 하나뿐. 그리고 한겨울엔 내린 눈에 건물은 절반밖에 드러나지 않는다. 욕장은 여러 개라도 노텐부로(노천욕장)에 남성 전용은 없다. 그래서 대형 혼욕노천탕을 이용한다.

그날 나는 거기서 눈을 맞으며 풍욕(風浴)과 온천욕을 즐겼다. 혼탕이라곤 해도 탈의실과 욕장통로 만큼은 남녀가 유별하다. 게다가 유황온천은 물빛이 우유처럼 탁해 몸을 담그면 남녀가 얼굴 붉힐 일이 없다. 물론 남성이 신체 일부를 수건으로 가리는 매너를 지킬 경우에만 그렇지만. 여성욕객은 가려진 통로에서 어깨까지 몸을 담근 채 탕 안을 이동한다. 그래서 몸을 가릴 이유가 없다.


온천 료칸에서 휴식의 정점은 저녁식사다. 식전 온천욕으로 식욕은 한껏 끌어올려진 상태. 피로도 가셔 몸은 이 지극한 휴식을 최대로 즐길 채비를 마친다. 정갈하면서도 화려한 가이세키 정찬은 그 상태에서 맞이하는데 여기에 또 하나가 있다. 좋은 사케다. 아키타는 사케의 고장이다. 많이 마시기로(2위), 맛좋은 사케 양조장 수(42개)로 알아주는 술 고장이다. 그러니 하염없이 내린 눈으로 세상이 하얗게 뒤덮이는 깊은 밤 다다미객실에 앉아 그 사케를 가이세키 요리와 더불어 음미하니 식도락이 즐겁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술은 취하지 않고 북방 산중의 긴긴 겨울밤 역시 깊어감이 더디기만 했다. 아키타에선 이렇듯 사케를 즐길 핑계가 너무도 분명하다.

이튿날 아침, 30분 거리(24km)의 다자와코(田澤湖) 스키장으로 향했다. 해발 578m 베이스에서 적당한 경사로 1186m 고도의 산등성까지 뻗은 널찍한 슬로프 사면. 리프트 수(6개)만 보고 실망했다면 그건 실수다. 다운힐을 즐길 슬로프 면은 훨씬 다양하다. 기타도호쿠의 스키장은 다 이렇다. 스키어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이미 적설량은 230cm를 기록했는데 쌓인 눈에 이어 붙은 눈에도 관심이 간다. 산등성 숲의 나뭇가지에 핀 눈꽃이다. 이곳에선 가지에 붙은 눈이 내내 그대로다. 그런 눈꽃풍광을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이걸 볼 수 없는 비(非)스키어에겐 아쉬운 풍경이다. 반대로 스키어에겐 웃돈 받아도 좋을 비경이고.

다자와코 스키장은 일본 전국 570여 개 스키장 중에서도 손꼽을 만하다. 첫째는 풍치인데 전 슬로프에서 아키타의 상징인 다자와(田澤) 호수가 조망된다. 지구촌에서 호수를 보며 스키를 즐기는 곳은 손가락으로 셀 정도다. 둘째는 널찍한 슬로프인데 40여 년 전 삼림벌채규제가 강화되기 전 조성한 결과다. 마지막은 심설(深雪·깊은 눈). 스노캣(Snow Cat·설면을 다지는 중장비)으로 정설(整雪)하지 않고 일부러 남겨둔 자연 상태 눈밭이다. 한국에선 체험하기 힘든 딥스노(Deep Snow)스키잉의 명소다. 슬로프 중엔 ‘아이리스 겔렌데(Gelende·베이스)’도 있는데 동명의 드라마(2009년 방영)에서 이병헌의 스키잉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모리요시 산의 주효 숲에서 즐기는 백컨트리 스키잉.
다음 날은 차로 두 시간을 달려 북쪽 모리요시 산(1454m)을 찾았다. 이곳의 아니(阿仁) 스키장에서 백컨트리(Back Country) 스키잉을 하기 위해서다. 백컨트리는 스키구역 밖의 설산을 스키로 이동하는 것. 오를 때는 실(Seal·아래로 미끄러짐을 막아주는 밴드)을 산악스키 바닥에 붙여 걷고 내려갈 때는 그걸 뗀 뒤 딥스노 스키잉으로 다운힐 한다. 이 산은 특별했다. 정상부의 주효(樹氷) 덕분이다. 이건 나무가 덮인 눈에 수형(樹型)을 잃고 괴물처럼 모습이 변하는 아주 희귀한 자연현상. 이곳의 백컨트리는 이 주효 숲을 통과하는 트리런(Tree Run·숲의 나무 사이로 스키 타기)으로 이어진다. 눈보라를 뚫고 주효 숲을 걷고 허리까지 빠지는 심설의 숲 속에서 즐겼던 트리런. 일상탈출이란 여행의 묘미를 만끽하는 최고의 이벤트였다.
 

●오지속 신비스러운 온천탕만 12곳
 
드라마 ‘아이리스’속 료칸도 이곳에 있었네

 
뉴토온천향의 일곱온천 순례길을 운행하는 온센메구리 버스.
온천천국 일본엔 ‘비탕(秘湯)’이란 게 146개 있다. 오지의 명천(名泉)이다. 그중 아키타 현엔 ‘주니히토유(十二秘湯)’라 불리는 12개가 있고 그중 7개가 뉴토온천향(乳頭溫泉鄕)에 있다. 쓰루노유도 그중 하나다.

뉴토 산중의 이 일곱 온천은 ‘온센메구리(溫泉ぬぐり)’로 둘러본다. 쓰루노유를 뺀 다자와코 고원의 6개는 서로 2∼15분(자동차)거리. 비탕을 그린 엽서 7장으로 엮은 온센메구리 수첩(1500엔)을 사면 1년 동안 전용순환버스(사진)를 모두 이용한다.

그중 다에노유(妙乃湯·www.taenoyu.com)는 드라마 ‘아이리스’에 등장했던 료칸. 여성 취향의 아기자기한 실내가 특징이며 보(堡)를 넘친 물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계곡풍광을 감상하는 노천혼욕장이 특히 인기다. 걸어 2분 거리에 오가마(大釜), 거기서 5분 거리의 가니바(蟹場) 온천도 모두 뉴토온천향의 비탕. 비탕 규카무라 다에노유에서 1km. www.nyuto-onsenkyo.com

센보쿠 시(일본 아키타 현)에서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찾아가기

 
▽항공편:
인천∼센다이(아시아나항공) 이용. ▽다자와 호수: 센다이 역에서 아키타신칸센 탑승, 다자와코 역 하차(1시간 15분 소요) ▽쓰루노유: 뉴토온천향의 7개 온천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곳. 반경 50m 이내 백탕 흑탕 폭포탕 등 4개의 수질 다른 유황온천 보유. 다자와코 역에서 에어포트라이너(예약택시·1인당 1500엔)로 30분 소요(18km). www.tsurunoyu.com(한글) ◇스키장 ▽다자와코: 쓰루노유에서 24km(37분 소요). 센보쿠 시. www.tazawako-ski.com (한글) ▽아니: 정상부 주효 숲(곤돌라 이동)은 스노슈(설피) 트레킹으로도 즐긴다. 백컨트리 스키잉은 눈사태·실종·부상의 위험이 높으니 반드시 가이드(별도 유료)를 따른다. 아니아이 역(기타아키타 시)에서 택시로 25분 소요. www.aniski.jp

공식사이트

△아키타 현: http://akita.or.kr △일본정부관광국: www.welcometojapan.or.kr

아키타 맛

아키타 현의 명물 이나니와 우동.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엔 맛있는 쌀이 난다. 니가타 현에 고시히카리가 있듯 아키타 현엔 아키타고마치(秋田小町)란 쌀이 유명. △이브리갓코(훈제단무지) 야마노이모(토란), 기리탄포(삼나무막대꽂이 찹쌀주먹밥)도 특산물. △아키타의 자랑거리 ‘주니히토유(十二秘湯·12개의 심산유곡 온천)’를 차용한 ‘히토유’맥주, 전국적 명성의 이나니와 우동, 160년 역사 ‘안도(安藤)’양조원의 쇼유(간장)와 미소(된장), 아라마사(新政) 히라이즈미(飛良泉) 다카시미즈(高淸水) 료제키(兩關) 히데요시(秀よし) 등의 브랜드 사케(총 42개 양조장)도 잊지 말자.

아키타 스키여행

쓰루노유를 포함한 다자와코 스키장 4∼9일간 일정. 일본스키닷컴(www.ilbonski.com) 02-753-0777
#일본여행#일본 아키타 현#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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