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종단은 달라도 佛法은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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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 ‘세계 7대 성자 명상대전’ 위해 방한 앞둔 대만의 심도 스님

《 지난달 24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에서 자동차로 1시간여 거리에 있는 영취산 교단의 무생도량. 오락가락하는 비와 해무(海霧)가 어우러져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곳은 불광산사와 자제공덕회(慈濟功德會)와 함께 대만 불교계를 대표하는 영취산 교단의 본산이다. 이 교단을 세운 심도 스님(67)은 중국인 부모 사이에서 미얀마 북부에서 태어난 뒤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됐다. 1961년 대만에 건너와 25세에 출가했고 무덤과 토굴 등에서 수련하다 1984년 이 도량을 건립했다. 심도 스님은 미얀마 특유의 소승불교의 전통뿐 아니라 대만 특유의 대승적 불교관, 티베트 불교까지 섭렵해 “불법(佛法·부처님 말씀)은 하나다”는 취지의 세계 통합불교 운동을 펼쳐왔다. 그는 7월 18일부터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 7대 성자 명상대전’에 참석한다. 》

7월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 7대 성자 명상대전에 참석하는 대만 심도 스님. “종교는 때로 갈등의 원인이 되지만 사랑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서로 잘 알게 된다면 한층 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영취산교단 제공
7월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 7대 성자 명상대전에 참석하는 대만 심도 스님. “종교는 때로 갈등의 원인이 되지만 사랑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서로 잘 알게 된다면 한층 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영취산교단 제공
심도 스님을 만나기까지 짧지 않은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가 집중 수행 중인 제자와 재가불자들을 위한 법문과 지도 등 수행 일과를 철저히 지키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8시경 붉은 빛이 감도는 승복을 입은 그가 들어섰다. 바쁜 일정 때문에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공부에 관해서는 피곤한 줄 모른다”며 웃었다.

심도 스님은 무엇보다 한국 불자와의 만남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나라마다 여건이 다르지만 불교, 불법은 하나다. 어찌 보면 불교를 포함한 종교, 나아가 정신문명의 세계가 현대에 들어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나누고 싶다.”

그는 종교가 많은 위기에도 유지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종교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 자체가 생명을 유지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시대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심도 스님은 2001년 타이베이 시내에 세계종교박물관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10만 명 이상이 직접적으로 힘을 보탰고, 세계 50만 명 이상의 교단 불자들이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교단이 종교박물관을 세운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세계의 종교들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때로 갈등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불교, 유교, 도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 안에는 하나의 공통된 정신, 사랑이 바탕으로 깔려 있다. 박물관을 통해 종교인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다른 종교를 이해하게 된다면 갈등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심도 스님은 여성 출가자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만 불교계 상황과 관련해 “남성과 여성의 본성에 불심(佛心) 차이가 있느냐”고 묻자 흥미로운 답변을 내놨다. “현대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욕망과, 탐내고 집착하는 탐착(貪着)의 세계에 가까이 있고, 그것에 쉽게 빠진다. 남성들 특유의 오만과 자존심도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 대만은 자제공덕회 등을 통해 여성 수행자가 불교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고, 교단 내의 역할에서 한국과 달리 성에 따른 차별이 없다.

심도 스님을 명상대전에 초청한 한국 참불선원장 각산 스님과는 선문답도 펼쳤다. “스님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각산) “나의 모든 행복은 번뇌에서 온다. 하하.”(심도) “그런 마음은 어디에서 생기나.”(각산) “마음은 본래 생김이 없다.”(심도)

심도 스님과 한국 방문객들의 만남은 차분했지만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심도 스님은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사진을 찍었고, 스승의 흥미로운 말이 나오면 비구니 제자들이 여기저기서 웃음을 터뜨리는 등 생기가 넘쳤다.

어떻게 존경받는 ‘큰스님’이 이렇게 가깝고 친절할 수 있을까? “좋은 마음을 배우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데 어떻게 친절하지 않을 수 있나. 친절이 곧 자비의 시작이다.”(심도 스님)

타이페이=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대만#심도 스님#세계 7대 성자 명상대전#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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