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조리법 한식 고유방식 강조… 음식한류 다시 띄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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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엑스포 개막, 한식 메뉴는

한국 국가관의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6개의 한식 밥상 중에서 김치를 주메뉴로 한 ‘장수 밥상’, 오방색과 비빔밥을 담은 ‘조화 밥상’, 발효 음식 위주인 ‘치유 밥상’(위쪽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한국 국가관의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6개의 한식 밥상 중에서 김치를 주메뉴로 한 ‘장수 밥상’, 오방색과 비빔밥을 담은 ‘조화 밥상’, 발효 음식 위주인 ‘치유 밥상’(위쪽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한식(韓食) 한류’, 가능한가?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앞장서 한식 세계화 사업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미국 뉴욕에 150억 원대 고급 한식당을 세우겠다는 계획이 시작도 하기 전에 무산됐고 국정감사 때마다 한식 세계화 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식은 여전히 외국인들에게 낯설다. 2011년 CNN이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50가지 음식’ 리스트에 일본 초밥(4위), 중국 베이징덕(5위)은 있었지만 한식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한국 문화가 세계에서 제대로 꽃피우려면 한식 확산이 필수적이라고 한류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에 정부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세계박람회 ‘2015 밀라노 엑스포’에서 한식 세계화의 불씨를 다시 지피겠다는 계획이다.

먹거리 세계박람회인 ‘2015 밀라노 엑스포’에 설치된 ‘한국 국가관’ 조감도. 곡선과 타원형의 형태가 돋보이는 백색의 건물로 음식을 담는 그릇 ‘달 항아리’를 형상화했다(위쪽 사진). 한국관 내 ‘땅의 지혜, 저장’ 전시에선
365개 옹기 위로 한국의 사계절 등 다양한 화면을 보여준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먹거리 세계박람회인 ‘2015 밀라노 엑스포’에 설치된 ‘한국 국가관’ 조감도. 곡선과 타원형의 형태가 돋보이는 백색의 건물로 음식을 담는 그릇 ‘달 항아리’를 형상화했다(위쪽 사진). 한국관 내 ‘땅의 지혜, 저장’ 전시에선 365개 옹기 위로 한국의 사계절 등 다양한 화면을 보여준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 어떤 한식 밥상이 나오나

이번 밀라노 엑스포의 주제는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 이 주제에 맞춰 문화체육관광부는 엑스포 전시관 서쪽 입구에 ‘한식, 미래를 향한 제안: 음식이 곧 생명이다’란 테마의 한국관(건물 총면적 3990m²·높이 12m)을 설치했다. 김석철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이 설계한 이 건물은 젓갈, 장을 담그는 한국 고유의 그릇 ‘달항아리’를 형상화해 건물 전체가 순백색에 동글동글하다. 1층은 한식 레스토랑과 문화상품관, 2층은 전시관, 3층은 사무실로 구성됐다.

하지만 진짜 맛집은 외관이나 인테리어보다 ‘맛’으로 승부한다. 엑스포에서 선보일 음식은 어떨까? 동아일보 취재팀은 한국관에서 외국인들이 접할 한식 메뉴를 미리 점검해 봤다. 한식 레스토랑에서는 ‘조화(Harmony)’ ‘치유(Healing)’ ‘장수(Health)’라는 3가지 주제에 따라 6개의 밥상 메뉴를 선보인다. CJ푸드빌 김병필 비비고 총괄 셰프 주도하에 만들어진 이 메뉴의 핵심은 △고추장, 된장 등 한식 고유 양념을 그대로 모든 요리에 사용 △외국인에게 생소한 재료는 현지 재료로 대체하되 양념, 조리법은 전통 방식 고수 △한 상에 코스 요리가 담기듯 표현 등이다.

6개 밥상 메뉴에는 그간 ‘한식의 실패담’이 반영됐다. 지금까지 해외 한식당의 상당수는 외국인의 취향을 고려해 김치에 젓갈과 고춧가루를 덜 넣어 냄새와 매운맛을 줄였다고 한다. 불고기는 스테이크 형식으로, 비빔밥은 삶은 나물 대신 생야채를 넣는 ‘샐러드 라이스’로 조리했다. ‘퓨전 한식’을 강조한 것. 하지만 정작 외국인들은 “서양 요리와 비슷하다”, “전통 음식 그대로 먹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이번엔 100% 전통 한식 조리법을 따랐다. 다만 양념은 그대로 쓰되 재료는 외국인들에게 익숙한 것으로 대체했다. 이탈리아 현지인 60여 명의 테스트를 거쳐 갈비찜에는 한우 갈비 대신 현지의 송아지 정강이뼈 고기를 사용했다. 이 부위는 이탈리아 요리 ‘오소부코’에 사용돼 유럽인들에게 익숙하다. ‘비빔면’ 역시 소면 대신 가늘고 긴 파스타인 ‘카펠리니’를 활용했다. 최근 서구에서 깻잎이 인기가 높다는 점을 반영해 양배추 깻잎 김치를 준비했다.

○ 와플 대신 붕어빵 디저트… 전시 공간도 한식의 우수성 강조

서양인이 코스 요리에 익숙한 반면 여러 반찬을 한 번에 차려 내놓는 한국식 ‘한 상 차림’은 생소해한다는 점을 고려해 한 상 차림은 유지하되 마치 코스 요리가 한꺼번에 나온 것처럼 음식을 배치했다. 또 김치 된장 등 숙성, 발효 음식이 건강에 좋은 점, 비빔면 잡채 등 국수를 먹으면 장수한다는 스토리텔링을 메뉴에 담았다. 김 셰프는 “한식은 약식동원(藥食同源), 즉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고 좋은 음식은 약과 같은 효능을 낸다는 점을 외국인들에게 각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럽인들이 아이스크림을 갓 구운 와플과 함께 먹는 점에 착안해 한국식 붕어빵과 아이스크림을 결합시킨 디저트도 선보인다.

전시 역시 ‘미래의 음식으로서의 한식’을 부각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1층 한국관 입구에는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를 본뜬 조형물을 설치했다. 제1전시공간에는 각종 음식의 영양성분이 여러 언어로 쓰인 거대한 벽면과 인스턴트식품의 과잉, 식량 고갈 등을 표현한 오브제 작품들이 전시된다. 제2전시공간에서는 한식의 특징을 로봇 팔을 이용한 움직이는 스크린에 담은 미디어아트가, 제3전시공간에서는 거대한 식물벽과 한식의 건강, 생명력을 주제로 한 영상물이 소개된다. 문체부 측은 “밀라노 엑스포는 약 2000만 명이 관람할 것”이라며 “엑스포 기간에 한식 교류 행사, 국제 포럼,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한식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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