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안숙선-연출가 이윤택 손잡았다, 한국식 뮤지컬 ‘공무도하’ 꽃 피우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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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명창처럼… 똥꼬 찌르는거야”… “李선생, 내 소리가 똥꼬 찔러?”
11월 21일 공연, 연습실 가보니…

국악의 선율에 연극이 가미된 음악극 ‘공무도하’의 연습이 한창인 안숙선 국립국악원 예술감독 자택의 지하 연습실. 팔을 들썩이며 신명 나는 판소리를 뽑아내는 안 감독(앞줄 오른쪽)의 모습에 이윤택 감독(뒷줄 왼쪽)이 연신 함박웃음을 지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국악의 선율에 연극이 가미된 음악극 ‘공무도하’의 연습이 한창인 안숙선 국립국악원 예술감독 자택의 지하 연습실. 팔을 들썩이며 신명 나는 판소리를 뽑아내는 안 감독(앞줄 오른쪽)의 모습에 이윤택 감독(뒷줄 왼쪽)이 연신 함박웃음을 지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봐. 안숙선 명창처럼 몸으로 소리를 질러. 핵심은 ‘똥꼬’를 찌르는 거야. 호흡을 똥꼬까지 내린 다음, 머리까지 다시 되받아 치란 말이야.”(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아이고, 이 선생. 내 소리가 똥꼬를 찌르는 소리요? 하하.”(안숙선 국립국악원 예술감독)

16일 서울 강남구 헌릉로에 있는 안 명창 자택 지하 1층 연습실에서 나온 얘기다.

명창 안숙선(65)과 연출가 이윤택(62)의 난데없는 ‘똥꼬 타령’이다. 도대체 안 명창의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날 안 명창 자택에는 서울과 전북 남원, 전남 진도의 국립국악원 단원 10여 명이 다음 달 21∼30일 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오르는 음악극 ‘공무도하’ 연습을 하기 위해 모였다. 서로 다른 장르에서 ‘선생님’ 소리를 듣는 두 사람이 작정하고 손을 잡았다. 안 명창의 개인 연습실이기도 한 이곳은 여느 전문 공연 연습장 못지않게 꾸며져 있었다. 단상이 놓인 무대와 객석도 갖춰져 있었다.

‘공무도하’는 한국식 뮤지컬이다.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 감독이 대본을 쓰고 연출도 맡았다. 안 명창은 극중 판소리와 정가, 서도민요, 시조, 범패 등의 작창(作唱·창을 창작하는 것)을 담당했다. 극의 해설가 ‘을녀’로 무대에도 오른다.

이 감독은 “공무도하는 내 극작 연출 작업의 종합 정리편”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극은 2개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남한 출신의 김 작가가 중국 옌볜의 한 북한 음식점에서 북한 여성 순나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순나가 갑자기 사라지자 김 작가는 두만강을 건너 북으로 넘어간다. 작품은 연인 이야기에 술에 취한 직장인 남성이 최근 이사한 아파트에서 동, 호수를 잊은 채 헤매다 전생과 후생을 구분 짓는 강을 건너 삼국시대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겹쳐진다.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됐다. 여느 음악극, 뮤지컬과 달리 호소력 짙은 판소리와 서도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소리는 때론 사람의 애를 끊었고,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안 감독이 등장인물의 테마소리를 즉석에서 뽑아내자 단원들은 스펀지처럼 이를 흡수했다. “판소리는 극의 분위기를 잡고 일상적인 대사를 할 때 사용해. 정가는 공간을 만드는 소리, 서도소리는 비현실적인 움직임이나 리듬을 만들어 낼 때 썼지. 황천 가는 죽음의 소리는 불교의 레퀴엠이라 불리는 범패를 이용했어.”

한쪽에서는 이 감독이 단원들의 국악 발성을 연극 발성으로 변화시키느라 목소리를 높였다. 판소리에 대한 날 선 주문도 이어졌다. “가슴을 펴고, 숨을 들이마시며 말하듯이 툭툭 내뱉어. 대사를 칠 땐 소리하듯 흐느끼지 마.”

작품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김 작가와 순나의 이야기는 시나리오 작가 김하기에게서 영감을 받았어. 이 친구가 1996년 영화배우 김지미 씨로부터 ‘연변일기’란 작품을 의뢰받고 답사차 중국에 갔거든. 그때 북한 식당에 들렀다 술을 잔뜩 마시고 두만강을 건넜지. 북한 회령에서 붙잡혔는데 단순 월경이라 사흘 뒤 풀려났어. 자기 집을 잊어버린 사내? 그건 기자 시절 내가 종종 겪은 일화야. 하하.”

연습 현장에서 지켜본 공무도하는 블랙 코미디에 가까웠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나 사건을 통해 잔잔한 웃음을 유발시켰다. 안 명창이 뽑아낸 소리에선 우리 민족 특유의 한도 느껴졌다. 임금님 수라상 못잖은 진수성찬이 기대된다. 1만∼5만 원. 02-580-3300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안숙선 명창#공무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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