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없는 제작사 극소수… 투자금으로 부채갚기 예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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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이 본 뮤지컬시장

“영화는 흥행만 걱정하면 되는데 뮤지컬은 흥행 외에도 고민할 게 한 보따리다.”

한국에서 뮤지컬 투자는 작품이 성공할 경우 단기간에 10∼15%의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원금 회수가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뮤지컬 제작사의 영세한 현실은 종종 멈추는 순간 넘어지는 자전거에 빗대어진다. 작품을 올려 투자를 받고, 투자금으로 이전 작품의 빚을 갚는 경우가 많다 보니 계속해서 새 작품을 무대에 올려야만 굴러간다는 의미다.

빚 없는 제작사는 손에 꼽을 정도여서 투자자는 제작사가 이전 작품에 얼마나 ‘물려 있는지’ 파악하는 게 필수다. 투자자 A 씨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제작사가 투자금으로 빚을 갚는 바람에 투자금 5억 원 중 1억 원도 채 못 받은 상황에서 제작사가 없어진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문화산업전문회사를 설립해 투자금을 해당 작품에만 사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공연에서는 쉽지 않다. 투자자 B 씨는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SPC를 설립하자고 하면 ‘그럼 힘들겠네요’라며 거부하는 제작자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투자금 정산이 지연되는 것도 다반사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빚이 100억 원이 넘으면 빚진 사람이 갑이 된다”는 농담도 나온다. 투자자 C 씨는 “제작자 대부분이 집, 예금 등 자산이 없기 때문에 가압류를 신청하거나 소송해도 건질 게 없어 작품을 계속 올려 돈을 돌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화와 달리 매출과 수익률이 공개돼 있지 않아 투자자가 알음알음으로 파악해야 한다. 제작사 대표가 경영과 창작을 겸하다 보니 경영 마인드가 부족한 경우도 많다. B 씨는 “무대 세트에 더 투자하고 군무 배우들을 늘리면 완성도가 높아지는 걸 누가 모르나. 공연도 엄연히 수익을 생각해야 하는 사업이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뮤지컬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투자금을 해당 작품에만 사용하도록 투명한 회계가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설문 응답자 20명(가나다순)

김선미
엠뮤지컬아트 대표 김용관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박민선 CJ E&M 공연사업부문 사업부장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한국뮤지컬협회장 손상원 이다엔터테인먼트 대표·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장 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 송한샘 쇼노트 총괄이사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이지나 연출가 장유정 연출가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연출가 조행덕 악어컴퍼니 대표 최나미 창작컴퍼니다 대표 최용석 비오엠코리아 대표 한승원 HJ컬쳐 대표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뮤지컬#흥행#투자#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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