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폭신폭신 사각사각 뽀송뽀송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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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품속처럼 포근한 특급호텔 ‘궁극의 침실’

최고의 침대와 침구로 편안한 수면을 누리는 것은 분명 호사스러운 경험이다. 지난해 새로 단장한 서울신라호텔 객실의 침대에서 엄마와 아이가 입을 맞추고 있다.
최고의 침대와 침구로 편안한 수면을 누리는 것은 분명 호사스러운 경험이다. 지난해 새로 단장한 서울신라호텔 객실의 침대에서 엄마와 아이가 입을 맞추고 있다.
“어쩌다 별이 4개, 5개 달린 고급호텔에서 잠을 자면 몹시 행복하다. 도대체 왜 이토록 기분이 좋은 것일까. 아니. 왜 우리 집 침실에서 자면 그런 기분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한동안 나는 아주 골똘히 이 질문에 대해 고민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씨(전 명지대 교수)의 얘기다. 그는 가정집과 호텔의 결정적인 차이로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조명이다. 호텔은 벽의 모서리마다 백열등 불빛의 스탠드가 있어 등의 그림자가 천장까지 길게 늘어진다는 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침대다. 특급호텔의 침대 시트는 한결 같이 하얀색이고, 막 다림질한 듯한 기분 좋은 까슬까슬함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사각거리는 이불 속에 파묻힐 때, 포근한 침대에서 푹 자고 눈 떴을 때, 세상과 단절된 채 리넨에서 풍기는 백색의 고요에 빠질 때….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한나절이나 좋은 풍광에 빠져드는 순간도 행복하지만 ‘끝내주는 침실’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질 때가 있다.

이런 ‘호사스러움’은 분명, 집보다는 호텔에서 느끼기 쉬운 경험이다. 소득이 올라갈수록 무엇을 소유했는지보다는 무엇을 경험했는지가 중요해진다. 이런 맥락에서 꿀잠을 유도하는 수면 환경이야말로 또 다른 차원의 호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삶이 각박해지면서 각종 스트레스로 불면증을 앓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인의 불면증 유병률은 12%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호텔들은 ‘천상에서의 잠’ ‘알몸으로 자기에 가장 좋은 침대’ ‘생애 최고의 숙면’ 등의 문구를 내걸고 침실 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고급 오리털로 만든 이불을 쓰는가 하면 몸을 떠받쳐 주는 매트리스로도 모자라 매트리스 위에 또 다른 매트리스를 깔아 포근한 느낌을 강화한다. 최고급 호텔에서 경험할 수 있는 ‘궁극의 침실’로 안내한다.

▼ 목화솜 아래 거위털 패드… 매트리스 위에 시트 열겹

호텔들이 투숙객들에게 최적의 수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침실 전쟁’에 나섰다. 롯데호텔(위쪽)은 자체 침구 브랜드인 ‘해온’을 출시했고 파크하얏트서울(아래쪽)은 침대 바로 옆에 있는 통유리창을 통해 고객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각 호텔 제공
호텔들이 투숙객들에게 최적의 수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침실 전쟁’에 나섰다. 롯데호텔(위쪽)은 자체 침구 브랜드인 ‘해온’을 출시했고 파크하얏트서울(아래쪽)은 침대 바로 옆에 있는 통유리창을 통해 고객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각 호텔 제공
서울신라호텔은 ‘생애 최고의 숙면’을 내걸고 있다. 지난해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최적의 수면환경을 조성하는 객실을 꾸미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게 호텔 측의 설명이다.

우선 침대에 누우면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든다. 이런 기분이 가능한 것은 침대 매트리스와 시트 사이에 넣은 ‘겹 패딩 패드’ 덕분이다. 대부분의 매트리스 위에는 솜으로 만든 1겹 짜리 면 패드를 깐다. 하지만 신라호텔은 목화솜으로 만든 면 패드 아래에 거위털 패드(Feather Pad)를 덧댄 패드를 깔아놓았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깃털에 몸을 뉜 것처럼 포근하고 가볍게 감싸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침구는 은은한 베이지 색을 띤다. 다른 호텔들이 침구류에 순백색을 사용하지만 신라호텔은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오프 화이트(Off-White)’ 색상을 썼다. 이는 ‘신라 컬러’로 불릴 정도로 호텔의 트레이드 마트가 됐다.

헝가리산 구스다운 이불을 쓰는 것도 신라호텔의 특징. 이불은 거위 솜털(Goose-down)과 깃털(Goose-feather)의 비율이 93:7이다. 솜털의 비율을 압도적으로 높여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을 높였다. 다만 베개는 솜털이 많으면 너무 푹신하다는 점을 감안해 솜털과 깃털의 비율을 90:10으로 솜털의 비율을 소폭 낮췄다. 또 구스다운 베개 뒤쪽에는 좀더 밀도가 있는 오리털 베개를 놓아 안정감을 줬다. 이 베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체공학을 감안해 만들었다는 ‘템퍼(Temper)’와 ‘로프티(Lofty)’의 베개를 쓸 수도 있다.

침대의 특명, “7초 안에 잠들게 하라”


웨스틴조선서울은 천상에서의 침대라는 뜻의 ‘헤븐리 베드(heavenly bed)’ 침대를 자체 개발했다. 한번 누우면 7초 만에 잠들어버린다고 해서 ‘7초 침대’라고도 불린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 웨스틴조선은 1년여 동안 3000만 달러를 투자해 헤븐리 베드를 개발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웨스틴조선은 출장을 많이 다니는 글로벌 기업의 임원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3%는 호텔 서비스 중 안락한 잠자리 제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점에 주목했다. 침대를 최종 선정할 때에도 이 호텔의 임원들이 35개 침대에서 수면을 취하며 꼼꼼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븐리 베드는 매트리스 위에 무려 10겹의 시트를 까는 게 특징. 대부분의 침대가 매트리스 위에 바로 침대 시트를 덮는다면 헤븐리 베드는 매트리스 위에 매트리스 커버, 보온용 담요, 3겹의 순면시트, 거위털 이불(comforter), 흰색의 깃털이불(duvet) 등을 깔아 완충 효과를 높였다. 구름 위에 눕는 것과 같은 포근한 느낌을 강조했다고 호텔 측은 설명했다. 또 매트리스 속에는 900개의 코일을 넣어 투숙객이 어떤 자세에서 자든 신체 곳곳을 받쳐준다. 또 베개 역시 항알러지 테스트를 거쳤다. 거위 털로 만든 킹사이즈의 베개가 기본형이지만 한국식 궁중베개와 라텍스 베개, 양모베개, 풀 렝스(Full Length) 베개 중에서도 선택할 수 있다.

널찍한 침대… 침구 세탁까지 신경


롯데호텔은 침구 세트와 매트리스 브랜드인 ‘해온’(he:on)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특히 매트리스는 세계 3대 침대 브랜드인 시몬스와 공동 연구해 상품화했다. 매트리스는 복원력이 좋은 코지 폼(Cozy Foam)을 사용했다. 매트리스 속의 더블 포켓스프링(Double-pocket Spring)이 인체를 골고루 받쳐주는 게 특징. 또 필로 톱(Pillow Top)으로 불리는 매트리스 커버는 신체의 하중을 1차적으로 흡수해 분산시킨다. 침구세트에서 베개와 이불은 실내 공기 변화에 따라 소재만으로 온도와 습기를 조절하는 거위털을 사용한 게 특징. 특히 이불은 헝가리산 거위 앞가슴 털을 이용해 자면서도 땀을 흘릴 경우를 대비해 흡습·방습 기능을 높였다.

콘래드서울은 압도적으로 큰 침대를 자랑한다. 일반적으로 트윈룸에는 싱글 침대나 더블 침대를 2개 설치하지만 콘래드서울은 트윈룸에는 퀸사이즈의 침대를 2개 넣었다. 또 객실은 ‘올 화이트 콘셉트’를 유지했다. 베개와 이불 등 모든 침구를 흰색으로 매칭해 청결함을 강조한 것. 이와 함께 침구를 세탁할 때에는 ‘압착식 탈수’를 한다. 침구의 미세한 섬유가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또 매트리스 위에는 2인치 두께의 오리털 패드를 추가로 올려 포근한 느낌을 살렸다. 베개는 영국 ‘던롭 필로’의 라텍스 베개와 숙면을 위해 인체에 맞게 베개를 7조각으로 나눠 설계한 ‘베니굿(Venigood)’ 베개, 머리를 차게 해서 숙면에 도움이 되는 ‘메밀 베게’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갇힌 느낌의 객실은 가라… 침대 옆 풍광은 아침 햇살


파크하얏트서울은 침대 옆에 통창이 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통유리로 되어 있다. 천장 높이가 3.4m로 일반 호텔보다 1m가량 높다. 객실 인테리어를 담당한 글로벌 디자인회사 슈퍼포테이토(Super Potato)의 디자이너 스기모토 다카시 씨가 “좁은 곳에 갇혀 있는 것 같은 호텔 객실은 싫다. 자연 풍경보다 아름다운 인테리어는 없다”고 말한 것에 따른 것. 실제로 침대에 누워 통창을 통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햇살과 날씨, 도심의 전경을 즐길 수 있다. 또 침구 역시 ‘타임’지에서 ‘알몸으로 자기에 최고인 침대’로 선정됐을 정도로 감촉이 부드럽다. 매트리스 위에 피부에 닿는 3인치 두께의 거위털 매트를 얹어 푹신함을 더했고, 등받이용의 약간 단단한 베개 2개와 베는 용도의 부드럽고 푹신한 거위털 베개 2개를 구비했다.

JW메리어트서울은 자체 개발한 ‘리바이브(revive)’ 침구를 쓴다. 침구류는 피부에 닿는다는 점을 감안해 침구류를 세탁할 때에는 미국 환경단체의 친환경 인증인 ‘그린실’을 받은 중성세제를 사용한다. 또 침구류를 일일이 손다림질해서 빳빳한 상태를 유지해 정갈함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임피리얼팰리스서울은 ‘투 베드’ 형식을 쓴다. 두 개의 매트리스를 이용해 더 깊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또 매트리스 위에 거위털 패드를 얹어 포근함을 강조했다. 그랜드앰배서더서울은 매트리스 위에 구스다운으로 만든 ‘오버 매트리스(over mattress)’를 추가했다. 덮는 이불 역시 구스다운을 90% 이상 함유해 흡습성과 통기성을 높였다. 베개 메뉴에는 어린이를 위한 작고 귀여운 베개도 포함됐다.

글=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사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촬영협조=서울신라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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