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로 호주로 학술 탐사하며 과학 대중화 이끄는 박문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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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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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회원도 탐사 다녀오면 과학책 쓸 정도

박문호 박사가 서호주 사막 필바라 지역의 노천 철광산에서 19억∼26억 년 전에 생성된 철광층을 탐사하고 있다. 그는 “지구상에서 최초로 산소를 만들어낸 원시 박테리아의 활동 덕분에 바닷물 속에 침전된 산화철이 쌓이면서 수백 m 두께의 철광층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 제공
박문호 박사가 서호주 사막 필바라 지역의 노천 철광산에서 19억∼26억 년 전에 생성된 철광층을 탐사하고 있다. 그는 “지구상에서 최초로 산소를 만들어낸 원시 박테리아의 활동 덕분에 바닷물 속에 침전된 산화철이 쌓이면서 수백 m 두께의 철광층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 제공
“서호주 사막에서는 밤이 갑자기 엄습해요. 해가 질 무렵 혼자서 급히 컵라면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구리가 이상했어요. 가만 보니 은하수가 제 곁에 내려와 있는 겁니다. 그 느낌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2년 전 여름 호주 사막으로 과학탐사를 떠났던 박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황량한 사막 위로 쏟아지는 별빛 아래 섰을 때 비로소 우주 행성 시스템에 속해 있는 우주인임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여름 서호주 사막, 몽골 초원, 미국 네바다 주 사막 등지로 학술탐사를 떠난다. 40, 50대 직장인, 주부, 대학생을 포함한 약 25명의 탐사대원이 동행한다. 과학문화운동단체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박자세)’ 회원들이다. 5년 전부터 박 박사가 매주 진행하는 ‘137억 년 우주의 진화’와 ‘뇌과학’ 강의를 들은 이들의 모임으로 회원 수는 약 2000명이다.

강의는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천문학, 우주팽창이론, 대륙이동설, 진화론, 뇌과학까지 광범위한 과학이론을 망라한다. 탐사를 다녀온 뒤엔 대원들이 공동으로 1년간 작업 끝에 연구 결과를 책으로 펴낸다. 지난해 ‘서호주’(엑셈)에 이어 최근에는 ‘몽골’(엑셈) 편을 엮어 냈다.

“탐사를 다녀온 회원들이 스스로 과학 전문가가 되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실크로드, 아프리카, 남미까지 지구 진화와 인류의 이동 경로를 탐사한 학술서적을 20권 정도 출간할 계획입니다.”

박 박사가 이끄는 해외 탐사에는 전문가가 동행하지 않는다. 그 대신 탐사대원 전원이 전문가가 되기 위해 공부한다. “탐사 전엔 국내 지질박물관을 방문해요. 일반 주부라도 암석의 종류를 모두 알 수 있을 정도로 암석학을 외우고 공부합니다. 탐사 기간엔 일절 술을 마시지 못해요. 하루 종일 탐사하고 밤에는 텐트 속에서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졸면서 공부를 해요.”

몽골을 탐사할 때 회원들은 700쪽이 넘는 연구 자료를 만들었다. 공항 로비는 물론이고 고비 사막까지 7∼8시간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몽골의 역사, 종교, 지질, 천문학 강의를 진행했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을 찾는 이유는 지구 행성의 초기 모습을 탐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문명으로 오염되기 전 원초적 자연을 만나는 것이죠.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자칫 영적인 차원으로 빠질 수가 있어요. 이를 막기 위해 대학교재로 사용되는 검증된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합니다. 일상적인 대화도 금지하고요.”

박 박사는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공간 수유+너머, 삼성경제연구원, 서울대, KAIST, 불교TV 등에서 우주와 자연, 뇌를 주제로 강의했으며, 베스트셀러인 ‘뇌, 생각의 출현’(휴머니스트)을 썼다. 최근엔 5년간의 뇌과학 강의록과 도판을 정리해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휴머니스트)을 펴냈다.

그는 “자연과학 강의는 백 마디 철학적, 인문학적 해석보다 수학을 이용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일반상대성이론 강의에는 미적분 기호가 무수히 등장하는데 그는 모든 수식을 칠판에 써가면서 강의하고 회원들에게는 모두 암기하도록 요구한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 본 사람이 국내에만 10만 명쯤 될 겁니다. 그런데 과학을 공부하는 인구는 왜 마라톤 인구보다 적을까요. 마라톤 풀코스가 42.195km가 아니고 10km였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도전하지 않았을 겁니다. ‘쉽게 쓰는 과학’ ‘실용적인 과학’만으로는 과학이 대중화될 수 없어요. 대중의 과학운동을 노벨상 수준으로 높일 때 과학 공부에 미치는 사람들도 생겨날 겁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과학 대중화#박문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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