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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교수의 지도 읽어주는 여자]반듯한 영국, 정교한 이탈리아… 초콜릿에 스민 남자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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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교수의 지도 읽어주는 여자]반듯한 영국, 정교한 이탈리아… 초콜릿에 스민 남자의 향기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입력 2018-02-12 03:00수정 2018-02-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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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라마다 독특한 ‘초콜릿 개성’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그대와 함께라면 고독마저도 감미롭다.”

예쁜 소녀가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 초콜릿’을 먹는 광고에서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흐르는 멘트였다.

그 초콜릿을 자주 먹었던 나는 가나에 꼭 가보고 싶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1위 자리를 코트디부아르에 넘겨주긴 했지만 가나(2위)는 카카오의 주요 생산국이다. 인도네시아(3위), 카메룬(4위), 나이지리아(5위), 브라질(6위)도 초콜릿 벨트에 속한다. 최근 생산국의 환경과 복지를 염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럽에서는 공정무역 초콜릿이 대세다.

카카오나무는 콧대 높은 귀족 같다. 연중 온화한 기후에 바람이 세게 불지 않아야 하고, 바나나 등 다른 나무 그늘 아래 땅이 촉촉하게 젖어 있는 곳에서만 잘 자란다. 대량재배가 쉬운 커피와 달리 카카오는 예민하고 사람 손이 많이 간다. 연간 수천 송이 꽃을 피우지만 수정해 열매를 맺을 확률은 1%에 불과하다.

최근 초콜릿 소비량 1위로 급부상한 나라는 노르웨이. 그 뒤를 영국(2위), 아일랜드(3위), 독일(4위), 스위스(5위)가 잇는다. 춥고 긴 겨울밤을 견뎌야 하는 유럽인에게 달콤한 초콜릿은 필수품인 듯하다.
장인의 정교한 수작업이 돋보이는 이탈리아 초콜릿.

초콜릿은 각국의 정서와 연애법을 보여주는 문화상품 같다. 영국 초콜릿은 반듯하고 딱딱한 틀 속에 다양한 크림과 캐러멜이 듬뿍 들어 달달하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의외로 섬세하고 낭만적인 영국 남성을 떠올리게 한다. 영국 남성들은 기념일마다 달콤한 카드메시지는 물론 정성껏 포장한 선물을 챙겨주는 자상함을 지녔다. 남성만 출입했던 커피하우스와 달리 영국 초콜릿하우스에서는 남녀가 함께 쾌락을 나누었다니 초콜릿은 ‘사랑의 묘약’임이 분명하다.

유럽 대륙의 초콜릿 문화는 화려하고 다채롭다. 프랑스 파리의 유서 깊은 초콜릿 상점은 고급스러운 보석가게 같다. 장인의 정교한 수작업을 거친 이탈리아 초콜릿은 스타일을 중시하는 남유럽 남성을 연상시킨다.

1912년 탄생한 벨기에의 프랄린 초콜릿은 먹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다. 독일인이 기차를 타고 브뤼셀에 가서 이 고혹적인 초콜릿을 싹쓸이해 가서, 그 기차가 ‘프랄린 익스프레스’로 불릴 정도였다. 벨기에는 예술가 DNA를 가진 자유롭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밀집된 나라다. 좁은 면적에 무려 2000개가 넘는 초콜릿 가게가 영업 중인 초콜릿 강국으로, 일본 호주 등 외국 출신 쇼콜라티에도 실력만 있으면 환영받는다. 이처럼 외국 문화에 대한 높은 개방성은 브뤼셀이 유럽연합(EU)의 수도로 선정된 배경이 아닐까.


견과류, 크림을 넣고 초콜릿으로 감싼 벨기에 프랄린 초콜릿.


초콜릿 수출국인 스위스는 금융·관광뿐 아니라 고급 시계·보석 생산국으로 유명하다. 깔끔하고 정직한 맛의 스위스 초콜릿은 과묵하지만 단정하고 세련된 스위스 남성을 떠올리게 한다. 알프스산맥을 모티브로 제품을 삼각형으로 디자인한 토블론 초콜릿의 아이디어도 창의적이다. 우유 과일 견과류 등 현지의 신선한 재료를 활용해 풍부한 맛을 내는 제조법은 지방자치를 중시하는 스위스 정치를 닮았다.

알프스 산맥을 본떠 만든 스위스 토블론 초콜릿. 동아일보DB

독일 지리학자이자 생태학자인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1859)는 “초콜릿은 자기만의 언어, 호흡, 맥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해 주는 애인이 없다고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1년에 한 번쯤은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골라 먹는 정도의 달콤한 사치는 누려도 되지 않겠는가?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초콜릿#카카오 주요 생산국#카카오나무#벨기에 프랄린 초콜릿#스위스 토블론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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