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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우 셰프의 오늘 뭐 먹지?]돈가스란… 추억이고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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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우 셰프의 오늘 뭐 먹지?]돈가스란… 추억이고 전설이다

정신우 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셰프·일명 잡식남입력 2017-09-21 03:00수정 2017-09-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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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싹 튀겨진 돼지고기, 샐러드가 어우러진 ‘한성돈까스’의 돈가스. 정신우 씨 제공
정신우 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셰프·일명 잡식남
요즘 돈가스가 몹시 눈에 밟힌다. 처음 돈가스를 경험한 유년의 기억은 그 맛을 결정한다. 경양식집에서 수프와 모닝 빵을 곁들여 정찬으로 맛본 사람에게는 ‘커틀릿’ 같은 프렌치 양식의 향수가 있다. 필자처럼 대학교 학생식당이나 택시기사 식당의 왕돈가스로 시작한 이에게는 큼지막한 튀김옷을 입은 자태가 매력적인 빈의 ‘포크 슈니첼’처럼 허기를 채워주는 든든한 한 끼의 만찬으로 기억된다.

집에서 어머니의 돈가스로 식탁을 채워 나가던 시절, 아시아 스타일의 양식으로 소개되던 ‘포크 가스’는 양식 요리책의 주인공이었다. 실제 포크 가스는 돈가스의 아버지다. 우지를 자박하게 두른 팬에 지지듯 짚신짝처럼 큼지막하게 펼쳐 튀겨내던 음식으로 주로 우스터소스를 곁들였다. 지금처럼 두툼한 돼지고기를 기름 솥에 튀겨내어 소스와 겨자를 곁들여 먹는 방식이 오늘날 돈가스의 원형이다.

한국에서는 1985년 분쇄육 돈가스 패드가 처음 등장하면서 값싼 음식의 대명사가 됐다. 이후 전통 일본식 돈가스 전문점들이 들어섰지만 술집이나 푸드 코트의 매장 등 어디서든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전략적 메뉴로 자리 잡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돈가스는 일본이 유럽의 요리를 일본식으로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결과물이다. 돈가스가 완성되기까지 양배추와 그에 맞는 일본식 우스터소스가 필요했다. 가고시마의 돼지고기 같은 양질의 재료와 풍미를 한껏 살릴 다양한 튀김 기름, 무엇보다 바삭한 튀김옷을 극대화할 수 있는 빵가루가 필요했다. 그 덕분에 일본의 돈가스 전문점들은 스테이크와 견주어도 품위가 떨어지지 않는 오늘날 도쿄 나리쿠라와 같은 ‘돈가스의 성지’를 만들었다.

돼지고기라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한국 요리사들도 독자적인 스타일의 돈가스를 만들었다. 제주도 흑돼지, 이베리코 베요타 같은 최상등급의 고기를 이용하여 트러플 소금이나 저온으로 조리한 돈가스에 독자적인 소스를 곁들인다.

그러나 여전히 줄을 서는 돈가스 가게는 퇴근길에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맥주 안주, 아이들 반찬으로 좋은 수제 돈가스 매장들이다. 식욕을 북돋우는 고기의 육즙과 밀가루에 스며든 기름의 풍미, 무엇보다 바삭 튀겨진 돼지고기와 밥, 소스가 어우러진 조화는 ‘치맥’의 아성과 견줄 만하다. 머릿속에 그려진 맛을 그대로 보여주는 음식, 이것이야말로 돈가스 맛의 비밀이다.

돈가스는 내게 여전히 추억이고 전설이다. 특히 가을비가 내리고 세상 사는 일이 고단하고 힘이 든다고 생각될 때 돈가스는 별미다.


정신우 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셰프·일명 잡식남 cafe.naver.com/platestudio

○ 금왕돈까스 서울 성북구 성북로 138, 02-763-9366, 안심돈가스 9000원
○ 한성돈까스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97길, 02-540-7054, 돈가스 9000원
○ 경양식1920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17-30, 02-744-1920, 1920 돈가스 1만1000원
#돈가스#포크 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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