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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컬쳐]날씨 예보와 ‘엉덩이 뽕’이 대체 무슨 관계인디?

장선희기자 , 이지훈기자

입력 2016-10-19 03:00:00 수정 2016-10-19 15: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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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 조장하는 방송

《 연이은 외계종족 색출 미션에 지친 에이전트31(장선희 기자)과 에이전트9(이지훈 기자). 요즘 지구에서 ‘핫’하다는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정주행’(처음부터 몰아보기)하며 스트레스를 날리던 중, 귀를 의심하게 하는 대사를 듣고 말았다. “가슴은 서울로, 엉덩이는 동해로 쭉∼ 빼. 엉덩이는 더 대구 쪽으로! 오케이.” 아니, 지구엔 가슴이 서울에, 엉덩이는 동해에 있는 종족까지 있단 말인가! 지구에 온 지 넉 달이나 됐건만, 이 별은 당최 익숙해지지 않는다. 스트레스지수가 되레 급상승한 에이전트들. 주섬주섬 출동 준비에 나서는데….》
 
○ 날씨와 엉덩이 보형물

 드라마 속 기상캐스터 표나리(공효진)의 방송 준비는 좀 독특했다. 블라우스 뒤를 커다란 집게로 집어 몸매를 부각하거나 엉덩이에는 ‘엉덩이 뽕’을 넣어 볼륨을 살리는 식이다. 그런 그에게 PD는 더 자극적인 포즈를 요구한다.

  ‘엉덩이가 커지면 비라도 온단 말이냐!’ 놀란 에이전트들, 황급히 TV 채널을 돌렸다. 뉴스와 스포츠, 게임채널 할 것 없이 여기에 출연하는 여성 방송인들은 남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려한 외모와 복장이 먼저 눈에 띄는 게 현실이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엔 여성 방송인들의 복장과 외모를 노골적으로 ‘품평’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게임채널의 한 캐스터를 두고는 ‘가슴이 파인 복장을 입어 오늘 1위를 준다’ ‘가슴만 봐서 방송 내용은 하나도 모르겠다’는 후기 글을 남기는 식이다.

 당사자들을 만나봐야 했다. 한 케이블 채널의 2년 차 아나운서 A 씨(26)는 ‘질투의 화신’을 보며 여성 방송인을 비하하는 묘사에 화났지만, 따져 보면 아예 허구라곤 할 수 없어 씁쓸했다고 했다. “아나운서가 되고 나서도 끊임없이 ‘보여지는 것’에 신경 써야 해요. 남성들보다 수십 배는 더요. 화장법과 패션에 더 신경 쓰고 있는 걸 느끼면서 자괴감이 들 때도 있어요.”

 백미숙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이런 현상에 우려를 표했다. “과거엔 김동완 기상통보관처럼 나이 지긋한 남성이 날씨를 예보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상상할 수 없게 됐죠. 뉴스 보도 역시 외국에선 50대 여성들이 메인뉴스 앵커를 맡거나 동년배의 남성 앵커와 짝을 이뤄 방송을 하지만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일이죠.”

○ 첩첩산중 외모지상주의


영국 BBC에서 정오 뉴스를 진행한 제임스 패트리지(맨위쪽 사진)는 18세 때 교통사고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또 BBC ‘노스웨스트 투나이트’의 기상캐스터 루시 마틴은 오른팔 일부가 없다. 구글 화면 캡처
 한국만의 기현상일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먼 나라 멕시코에서 비슷한 사례가 접수됐다. 몸매가 부각되는 옷을 주로 입던 야네트 가르시아라는 기상 캐스터의 엉덩이 보형물 착용 여부가 화제가 된 것. 이 때문에 멕시코에선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로그램은 기상예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집트의 공영방송은 여성 앵커 8명에게 ‘채널 이미지를 둔하게 한다’는 이유로 다이어트 명령을 내리고 한 달간 업무를 정지시켜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이게 지구적인 현상이란 말인가…. 절망한 에이전트들에게 최근 화제가 된 동영상 하나가 도착했다.

 영국 BBC 지역방송인 ‘BBC 노스웨스트 투나이트’에서 5월부터 기상캐스터를 맡고 있는 루시 마틴의 예보였다. 그가 다른 캐스터들과 다른 점은 오른쪽 팔꿈치 아랫 부분이 없다는 점이다. 수수한 의상을 입은 그는 능숙하게 날씨 소식을 전했다.

  ‘방송인에게 외모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는 않다’며 보고서를 훈훈하게 마무리하는데 에이전트들의 뒤로 꽂히는 아나운서 지망생 B 씨의 한마디.

 “저도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방송에서 미모가 중요치 않다는 건 그저 이론이에요. 우리 방송에 루시 마틴 같은 분이 기상캐스터로 나온다면 사람들 반응이 과연 어떨까요? 외계인은 누구인 걸까요?”(다음 회에 계속)
  
장선희 sun1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기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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