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기자의 뫔길]네팔로 가는 짜장스님-철인스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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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일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네팔로 급식봉사를 떠나는 운천 스님(왼쪽)과 ‘철인 스님’으로 알려진 진오 스님. 운천 스님 제공
다음 달 1일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네팔로 급식봉사를 떠나는 운천 스님(왼쪽)과 ‘철인 스님’으로 알려진 진오 스님. 운천 스님 제공

“여진 위험이 있다지만 여기 앉아만 있을 순 없죠. 부처님 탄생지에서 지진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두려워할 수만 있겠습니까.”

불우한 이웃을 위해 짜장면 20만 그릇 이상을 보시해 ‘짜장 스님’으로 불리는 운천 스님이 다음 달 1일 네팔로 향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마라톤 과정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km당 100원’의 후원금을 모아 이주노동자를 도와온 ‘철인 스님’ 진오 스님이 동행입니다.

한 주 전 운천 스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의 재주야 짜장면 만드는 것밖에 없으니 배고픔에 시달리는 네팔 사람들에게 직접 짜장면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재료비가 빠듯한데 무게가 수십 kg이나 되는 무쇠솥 같은 장비들을 가져가기 어렵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항공기를 이용한 장비 수송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조리도구가 마땅치 않고, 현지 식수 사정도 어려워 스님의 메뉴는 물이 많이 필요한 짜장면 대신 짜장밥으로 바뀌게 됐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군종교구장이자 구룡사 회주인 정우 스님의 말도 떠오르네요. 지난달 이른 아침 만난 스님은 차 한잔을 건네며 현지에서 노숙하는 티베트 스님들의 사진을 보여주더군요. e메일로 전해진 사진이었습니다. 스님이 현지 학교를 지원할 때 만나 손을 잡아주던 아이들과 네팔 사람들에 얽힌 사연도 이어졌습니다.

같은 일도 사람들의 처지에 따라 그 파장은 달라집니다. 수십 번 네팔을 찾은 정우 스님의 마음이 펜으로 그린 세밀화라면 TV로 현지 상황을 접한 제 것은 추상화일지도 모릅니다.

알려진 것처럼 네팔에는 힌두교도가 많지만 부처의 탄생지 룸비니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불교와 기독교계의 심리적 유대감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불교뿐 아니라 개신교와 가톨릭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피해 구조를 돕고 성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제가 받은 여러 메일에는 개신교 단체뿐 아니라 개별 교회에서 진행된 모금 현황과 현지 활동에 관한 내용을 담은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네팔 구호 활동에 나선 각 종교계의 움직임을 보면 모처럼 남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종교의 존재의 이유를 느끼게 됩니다. ‘천지여아동근 만물여아일체(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一體).’ 하늘과 땅이 나와 더불어 한 뿌리이고, 만물이 나와 더불어 한 몸이라고 합니다.

인류는 때로 국가와 민족, 이념과 종교, 피부와 언어 등 다양한 이유의 ‘다르다’는 구실을 내세워 서로를 배척해 왔습니다. 그 결과는 참혹했고, 아직도 현재형의 갈등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거창한 논리가 아니더라도 20일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산악인 엄홍길 씨의 말도 가슴에 와 닿습니다. 히말라야에 있는 8000m 이상의 16개 봉우리를 모두 오른 그는 네팔에 학교를 건립하고 있습니다. 네팔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다 막 귀국한 그는 곧 우기가 시작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산이 내게 허락한 만큼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네팔#짜장스님#철인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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