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말러 교향곡 6번 악장순서, 부인이 맘대로 바꿨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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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5월, 오스트리아 제국 빈 국립오페라극장 감독이자 작곡가인 구스타프 말러는 자신의 교향곡 6번 초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행진곡처럼 시작하는 첫 악장, 역시 쿵쿵거리는 소리로 시작하는 두 번째 스케르초(빠른 춤곡) 악장, 느린(안단테) 세 번째 악장, 위협적인 느낌이 드는 긴 네 번째 악장으로 구성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리허설 도중 말러는 마음을 바꿉니다.

“2악장과 3악장 순서를 바꿔야겠어요. 안단테 악장을 두 번째로, 그 다음에 스케르초로 갑시다!”

작품은 그가 바꾼 대로 공연되었습니다. 말러는 악보 출판사에도 ‘바꾼 순서대로 악보를 출판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5년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말러는 두 차례 더 이 작품을 지휘했고 그때마다 안단테 악장을 스케르초 앞에 배치했습니다. 그의 생전에 다른 지휘자가 이 작품을 지휘한 콘서트도 세 번 있었지만, 역시 순서는 같았습니다.

연주 순서가 다시 바뀐 것은 말러가 죽고 8년 만인 1919년이었습니다. 말러의 부인이었던 알마가 말러의 제자이자 친구였던 지휘자 빌럼 멩엘베르흐에게 편지를 보내 “스케르초가 먼저, 느린 악장이 그 다음에 와야 한다”고 한 것입니다. 이 주장이 말러의 생전 뜻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 멩엘베르흐는 연주 순서의 ‘수정’에 앞장섰고, 이후 출판된 악보의 악장 순서도 바뀌었습니다.

문제는, 오늘날 알마가 ‘정직하지 않은 여인’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편이 죽은 뒤 알마는 말러의 삶을 정리한 회상록을 펴냈지만 수많은 지인과 관련자들이 “이기적이고 편협한 시각에서 말러의 삶을 왜곡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1997년에야 출간된 알마의 일기장은 그에 대한 세상의 의심을 더욱 굳게 만들었습니다. 알마가 회상록에 쓴 얘기들이 일기와도 부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15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박영민 지휘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6번을 연주합니다. 말러 생전 연주된 순서대로 두 번째 악장을 안단테, 세 번째 악장을 스케르초로 연주합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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