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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얼마나 짜릿한지 당신은 모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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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얼마나 짜릿한지 당신은 모를거야”

임희윤기자 입력 2017-09-07 03:00수정 2017-09-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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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6일 수요일 흐림. 정박. #262 Stan Getz & Chet Baker ‘Dear Old Stockholm’ (1983년)
5일 밤(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재즈클럽 ‘패싱’의 공연이 열리기 전 빈 무대. 스톡홀름=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아…. 진짜 여기 더도 말고 딱 한 달만 살아봤으면 좋겠다.”

어떤 도시는 매혹으로 고문해 자백을 받아낸다. 스웨덴 스톡홀름. 4년 4개월 만에 다시 찾았다. 북구의 베네치아라는 별칭에 걸맞게 이곳은 운하가 품은 14개의 섬이 40개의 다리로 연결된 도시.

5일 그가 오랜만에 회색 구름 대신 파란 하늘을 보여줬다. 또 다른 푸름은 발트해에서 흘러들어왔다. 거대한 푸른 신들은 조용히 서로를 향해 두 팔 벌렸다.

스탠 게츠(1927∼1991)와 쳇 베이커(1929∼1988). 둘은 1983년, 함께 스톡홀름을 찾았다. 순회공연 중이던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고 스톡홀름 콘서트 실황은 게츠가 팀에서 베이커를 쫓아내기 바로 얼마 전의 귀한 녹음자료다. 베이커는 약물중독 후유증으로 이른 말년(末年)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창의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5일 밤, 시내의 유명 재즈 클럽 ‘패싱(Fasching)’에 간 것은 이날 데뷔앨범을 세상에 내놓은 스물네 살짜리 재즈 드러머 칼헨리크 우스베크(Karl-Henrik Ousb¨ack)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10대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스톡홀름에서 왕립음대를 졸업했다. 이 패기 넘치는 젊은 스웨덴인은 무대 오른쪽 끝에 앉아 분주히 북채를 놀렸다. 연방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자신보다 스무 살은 더 들어 보이는 밴드 멤버들을 향해서. 관객들에게는 무언의 말이라도 던지듯. ‘이 순간, 얼마나 짜릿한지 당신들은 모를 거야.’

게츠와 베이커는 83년 스톡홀름 실황 말미에 ‘Dear Old Stockholm’을 연주한다. 원곡은 18세기부터 그 멜로디가 전해진 스웨덴 민요 ‘Ack V¨armeland, du sk¨ona(오, 바르믈란드, 넌 아름답구나)’. 미국 연주자인 게츠가 1951년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이 곡에 감화를 받고 개작해 본국에 전파하며 급기야 미국 본토 재즈의 고전으로 뿌리 내린 곡. 바르믈란드는 직역하면 ‘열기의 땅’쯤 되는 옛 지명이다. 그렇다면 이는 애당초 안식의 노래가 아닐까. 노르웨이해와 북해의 추위를 뚫고 마침내 스웨덴 서쪽 연안에 닿은 바닷사람들이 부른.

‘오, 열기의 땅, 넌 아름답구나. 나는 약속의 땅에 있다. …옳거니. 난 여기서 살리라. 여기서 죽으리라. …가장 소박한 행복과 기쁨 속에. 계곡과 숲이 고요를 선사한다. …언젠가 조용히 잠들리. 땅의 온기 속에 쉬리.’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stan getz & chet baker#dear old stockho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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