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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컬처]‘계절’ 노래하며 떠나는 아이돌… 다시 만나기 위한 암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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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컬처]‘계절’ 노래하며 떠나는 아이돌… 다시 만나기 위한 암시인가

임희윤기자 입력 2017-02-15 03:00수정 2017-02-1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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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아이돌의 마지막 ‘팬 송’… 다빈치 코드 같은 ‘공식’ 있었네
《 에이전트 7(임희윤 기자)은 달력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실종된 에이전트 5(김윤종 기자)가 떠올라 눈시울을 적셨다. ‘그래, 5와 함께 ‘개저씨’ 편을 필두로 지구 문화 탐험을 처음 시작한 게 바로 작년 2월 3일이었지. 꼭 1년이 지났어….’ 걸그룹에 눈을 뜬 것도 5와 함께였다.》
 
지난해 ‘프로듀스 101’을 함께 탐사하다가 일어난 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탐사 중 실종된 ‘아재 팬’ 에이전트 5. 그는 최근에만 벌써 세 팀의 걸출한 걸그룹이 해체됐다는 사실을 알까. 2NE1, 아이오아이, 원더걸스….

아이오아이의 ‘소나기’(1월 18일), 2NE1의 ‘안녕’(1월 21일), 원더걸스의 ‘그려줘’(2월 10일·이상 발매일)…. 그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고별 노래들을 들으며 눈물짓던 에이전트 7은 불현듯 다빈치 코드처럼 이들 사이에 놓인 어마어마한 공통점을 발견하고 말았다. 바로 계절과 날씨. 이른바 팬 송(fan song·가수가 팬에게 바치는 노래) 역사를 관통하는 우주적 기운을 감지한 7은 늘 그렇듯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

○ 아이오아이는 ‘금방 지나갈 소나기’, 2NE1은 ‘봄은 다시 와. 알잖아’

 
아이오아이는 애당초 시한부 걸그룹이었다.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멤버 우지가 작사한 ‘소나기’의 노랫말은 ‘괜찮아요. 금방 지나갈 소나기죠. … 그칠 때쯤에 그때 다시 만나요’라는 말로 뇌우처럼 짧았던 활동기간과 아쉬움, 기다림조차 짧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동시에 표현했다. 2NE1의 ‘안녕’은 ‘겨울이 가면 봄은 다시 와. 알잖아’라고 팬들을 다독이며 역시나 모호한 기대감을 심어준다. 원더걸스의 ‘그려줘’는 정확히 데뷔 10주년 기념일에 나왔다. ‘벌써 너를 처음 본 계절이 여기 다시 … 그토록 서로를 원했던 따스했던 봄을’에 팬들과의 기억을 담았다. 계절과 기후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약속이라도 하듯 여기저기 등장하는 이유는 뭘까. ‘명예 에이전트’인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를 만났다.

“계절과 날씨는 순환하는 특성을 지녔죠. ‘이 이별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한시적이다. 언젠가 다시 활동할 날이 올 것’이란 메시지를 주기에 딱 좋은 소재들이에요. 최근 젝스키스, S.E.S. 등 옛 아이돌 그룹의 재결성이 잇따랐던 것 역시 영향을 준 것으로 봅니다.”

작년 여름, 9주년 기념일에 소녀시대가 발표한 ‘그 여름 (0805)’도 ‘햇살 좋은 여름날 너의 순수한 웃음. 눈부시던 그 순간이 영원이 될 줄 넌 알았을까’ 하는 가사를 담았다. 정리해보면 그룹의 데뷔나 해체 시점 묘사, 짧았던 만남, 재회 가능성을 강조하기 위한 소품으로 계절과 날씨가 반복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재결합한 god와 젝스키스가 팬덤을 재결집하는 데 기존 곡 ‘하늘색 풍선’ ‘사랑하는 너에게’와 함께 새로 녹음한 ‘보통날’(original ver.) ‘세 단어’가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한 것도 갈수록 높아지는 팬 송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 팬 송 시초는 서태지와 아이들


가요사에서 팬 송이 등장한 때를 전문가들은 1993년으로 본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하여가’로 인기를 얻은 2집에 ‘우리들만의 추억’을 담았다. 노랫말에서 ‘소리쳐주던/예쁘게 웃었던/아름다운 너희들의 모습이 좋았어’라고 말을 건네는 대상은 다수의 국민이 아니었다. 타깃은 명확히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덤이었다.

‘우리들이 힘든 일을 겪을 땐 그 곁에는 아무도 있어주질 않았어/다만 우리가 견딜 수 있던 건 너희들의 크나큰 사랑이었어’라고 팬덤의 응원에 감사한 뒤 ‘마음을 서로 합하면 모두 해낼 수 있어’라고 독려했다. 1993, 94년은 천리안, 나우누리 같은 PC통신을 통해 스타 팬클럽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고 확산된 시기였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도 이런 의견을 냈다.


“H.O.T., 젝스키스, god 같은 1세대 아이돌에서 팬 송은 더 직접적인 노랫말과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최근으로 올수록 노랫말이 모호해지는 경향이 더해지고 있어요. 재계약 문제, 소속사 내부 사정 등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든 상황들을 ‘우리 함께’ ‘영원히’ ‘꿈’ 같은 키워드로 에둘러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엑소의 ‘약속’, 방탄소년단의 ‘둘! 셋!’, 샤이니의 ‘늘 그 자리에’, 에이핑크의 ‘별의별’…. 요즘은 팬 송이 아이돌의 ‘필수 아이템’이 되고 있다. 실종된 에이전트 5는 왜 팬 송 한 곡 남기지 않았나, 원망하며 에이전트 7은 그리운 마음을 끼적이기 위해 펜을 들었는데….
 
(다음 회에 계속)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원더걸스#해체 아이돌#아이오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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