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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기행 일삼는 10대들, 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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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기행 일삼는 10대들, 이유 있었네!

정양환기자 입력 2019-01-11 15:20수정 2019-01-1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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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뇌
프랜시스 젠슨, 에이미 엘리스 넛 지음·김성훈 옮김
360쪽·1만8000원·웅진지식하우스

역시 어른들 말씀은 틀린 게 없었다. 소싯적에 주구장창 들었던 그 말.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공저자 가운데 하나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신경학과 교수인 젠슨은 ‘아이들의 뇌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평생 인간의 뇌가 어떻게 발달하고 작동하는지를 살펴왔는데, 특히 10대 시기에 관심이 컸다. 왜 그런가하니, 본인이 아들 둘을 키운 엄마였기 때문이다.

젠슨 박사는 앤드루와 윌이 청소년이던 시절에 크나큰 충격을 먹었다. 착하고 바르던 아들들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기행을 일삼았다. 어느 날 갑자기 괴상망측한 머리 스타일로 나타나는가 하면, 어이없는 교통사고를 내고는 별 것 아니라는 듯 굴곤 했다. 오죽했으면, 서문 제목이 ‘믿을 수 없겠지만 외계인은 아닙니다’ 일까.

그런데 이 질풍노도를 그동안 과학계 안팎에선 꽤나 오해했다는 게 저자의 요지다. 젊은 혈기나 부실한 교육, 혹은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던 ‘호르몬의 이상 분비’ 때문이 아니었다. 물론 이들도 어느 정도 작용했지만,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 바로 뇌가 덜 자랐기 때문이었다.

어려운 전문용어는 우리로선 알아먹기 힘드니 집어치우자. 지금까지 뇌 발달은 6~8세 정도면 성인의 뇌에 근접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최신 연구는 뇌가 10대는 물론 20대까지도 계속 성장한다는 걸 밝혀냈다. 게다가 발달에는 순서가 있는데, 뒤쪽에서 앞쪽 방향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가장 늦게 발달하는 앞쪽 뇌가 ‘이마엽’과 ‘관자엽’이다. 짐작했겠지만 전자는 판단과 통찰, 충동 조절을 관장한다. 후자는 감정과 성욕, 언어를 맡고 있다. 딱 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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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학교와 공공기관 등에서 10대의 뇌에 대한 강연을 많이 한다. 수많은 부모들이 물어본단다. “어떻게 애들이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할 수 있죠?” 그때마다 말한다. 그건 부모 탓이 아니라고. 뇌가 여물지 못 해 그런 거라고. 다만 명확한 판단을 바탕으로 아이와 열심히 대화하고 분명한 지침을 내려야 한다. 쉬울 리 없지만, 아이와 부모는 ‘한 팀’이다. 하나의 도전을 이겨내면 다음 도전은 더 자신 있게 맞설 수 있다.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사례로 접근하면 더 이해하기 쉽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선 최근 9~26세를 대상으로 ‘나쁜 일이 자기에게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추측하게 하는’ 실험을 했다. 복잡한 과정은 생략. 결론적으로 청소년은 나쁜 일이 벌어질 확률이 자기가 추측했던 것보다 더 클 경우, 실제 확률을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했다. 반대 경우엔 잘 기억하면서. 다시 말해, 성인보다 부정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확연히 떨어졌다. 뇌에서 부정적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은 앞쪽 ‘앞이마겉질(prefrontal cortex)’에 집중돼있다. 아직 이 부분이 덜 성장하다보니 그토록 무작정 위험한 일에 뛰어들고 있었던 셈이다.

‘10대의 뇌’는 참 재밌다. 또 한 명의 저자인 미 워싱턴포스트 유명 과학칼럼리스트 넛의 공이 큰 듯한데, 상당히 복잡한 내용을 지루하지 않게 잘 정리했다. 추천사를 쓴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말마따나 “10대 때 읽었다면 부모님께 까닭 없이 화내거나, 지나친 감수성에 사로잡혀 방황하지 않았을 텐데.” 당연히 부모에게도 소중한 지침서가 되어줄 책이다.

다만 명쾌한 해설과 별개로, 조언은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대목들이 있다. 예를 들어, 자녀가 흡연을 하는 경우에 대한 처방은 그렇다. 여러 노력이 실패했다면, 차라리 씹는담배나 전자담배를 권하란다. 뇌는 이해가 가나 정서적으론 갸웃거려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승자’가 하는 말이니. 왜 승자냐고? 큰 아들은 명문대에서 양자물리학을 전공해 박사과정을 밟고 있고, 둘째는 하버드를 나와 뉴욕 경영자문직을 얻었다. 갑자기 눈길이 확 쏠리지 않는가. 이 책을 더 꼼꼼히 읽고 싶었던 이유였음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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