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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소리의 프렌치 키스, “달콤하고 격렬하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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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소리의 프렌치 키스, “달콤하고 격렬하고 맛있었다”

양형모 기자 입력 2018-08-10 15:23수정 2018-08-1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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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프렌치 키스는 달콤하고 격렬했다.

9일 금호아트홀 로비는 연주를 들으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남성관객이 많았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29)는 요즘 가장 핫한 클래식 연주자 중 한 명이다. 2016년 비에냐프스키 국제 바이올린콩쿠르와 앨리스 엘리노어 쇤펠드 국제현악 콩쿠르에서 2위를 하며 발걸음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여기에 소녀와 숙녀의 감성을 모두 갖춘 매력적인 외모, 강렬한 연주 퍼포먼스가 더해지면서 김봄소리는 실력과 대중적 인기를 ‘G선상’에 올려놓은 스타 연주자로 우뚝 섰다.

이날 연주회는 금호악기 시리즈의 일환으로 열렸다. 김봄소리는 2014년부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후원으로 명기 J.B 과다니니 투린(1774년산)을 대여받아 연주하고 있다.

타이틀은 ‘프렌치 키스’다. 메시앙, 프랑크, 라벨과 같은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레퍼토리를 짰다.

김봄소리의 연주를 받쳐 줄 피아니스트로는 손정범이 나섰다. 두 사람은 같은 콩쿠르 출신이라는 인연이 있다. 손정범은 2017년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했다. 이 콩쿠르는 앞서 2013년에 김봄소리가 1위 없는 2위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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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는 음악회는 대체적으로 프랑스 향수냄새가 물씬하기 마련인데, 이날 연주회는 향수보다는 어쩐지 프랑스 요리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어깨가 드러나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뒤로 묶어 내린 김봄소리는 1부 프랑크의 소나타(A장조)를 빠르고 강하게 연주했다. 프랑스 특유의 섬세함, 유려함을 살리기보다는 자신의 스타일로 밀어붙인 느낌. 힘이 센 연주다.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김봄소리의 두툼한 음색은 확실한 그만의 무기다. 눈을 감고 들어보면 그의 소리가 지닌 풍만함에 몸을 떨게 된다.

김봄소리는 프랑크에 이어 라벨의 소나타 2번, 뒤뷔뇽의 소품 ‘몽포르 라모리로의 귀환’, 왁스만의 ‘카르멘 판타지’를 차례로 요리해 나갔다. 그의 활은 숙련된 셰프의 칼처럼 날렵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빠르고 정확한 트레몰로로 박자를 잘게 썰고, 강약이 선명한 피치카토로 음표를 끼얹었다. 그가 활을 현에서 뗄 때마다 두툼하게 잘라낸 소고기에서 육즙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꾹꾹 힘을 주어 눌러쓴 글씨 같았던 1부보다는 2부가 개인적으로 좀 더 재미있었다. 뒤뷔뇽의 연주는 확실히 프랑스의 풍미가 강했다. 몽환적이면서도 모호하지 않았고, 늘어지면서도 텐션이 떨어지지 않았다.

앙코르곡이었던 타이스의 명상곡과 몬티의 차르다시를 듣는 관객의 얼굴과 손바닥이 발갛게 익었다. 연주가 끝난 후, 로비에는 김봄소리의 사인을 받기 위한 사람들이 긴 줄이 섰다.

오랜 프랑스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와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여행 이야기를 실컷 듣고 나온 기분이다. 맛있는 연주였다.
또 먹고, 아니 듣고 싶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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