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 투얼로지] 스위스, 느리게 걸으니 보이네…시간이 멈춘 이야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5월 17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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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루체른에 위치한 예수교회는 17세기 건립한 스위스 최초의 바로크 양식 교회다. 스위스|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스위스 루체른에 위치한 예수교회는 17세기 건립한 스위스 최초의 바로크 양식 교회다. 스위스|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가심비 짱! ‘스위스 슬로우 투어’ 체크포인트

직접 민주주의 시행하는 ‘아펜젤’
창문 열면 알프스, 절벽 위 ‘뮈렌’
동화 같은 마을 걸으며 추억쌓기
‘루체른’선 중세시대 교회 감상도

요즘 인기 높은 해외 여행지 스위스. 아직은 만만치 않은 이동거리와 비용 때문인지 몰라도 관광지 중심으로 여러 곳을 분주히 돌아다니는 일정이 대부분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경험하는 가성비 중심의 스케줄도 의미가 있지만, 때론 한 곳에 느긋이 머물며 스스로에게 시간의 넉넉함이 주는 여유를 선물하는 ‘가심비’ 높은 여행도 나쁘지 않다. 뛰어난 가심비의 스위스 슬로우 투어 포인트를 정리했다.

알프스 청정마을 벵엔의 아침. 스위스|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알프스 청정마을 벵엔의 아침. 스위스|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슈타인암라인·아펜젤 ‘작은 마을 기행’

취리히에서 기차로 1시간20분 가야하는 슈타인암라인은 ‘라인 강에 있는 돌’이란 뜻을 지닌 북쪽 작은 마을이다. 이곳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년 과거의 시대로 온 듯 한 착각을 일으키는 곳이다. 구시가지 라트하우스 광장을 중심으로 고풍스런 벽화와 아기자기한 문양의 퇴창(벽 밖으로 툭 튀어나온 창)이 있는 건물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아펜젤은 30분 정도면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인구 1만5000여명의 작은 도시다. 스위스 특유의 직접민주주의를 아직도 시행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옛 의복, 생활양식, 음식 등 전통문화가 잘 남아있다. 소 품평회 같은 특색있는 행사와 맥주, 치즈 등의 특산물도 인기 있다.

비츠나우와 베기스는 루체른에서 유람선을 타고 피어발트슈테터 호수를 통해 리기산으로 갈 때 거치는 중간경유지로 많이 알고 있다. 사실은 휴양명소로도 이름있는 곳들이다. 로프웨이나 산악철도를 한 편 포기하고, 대신 남는 시간에 동네를 천천히 돌아보면 깔끔한 소도시의 멋에 푹 빠지게 된다.

벵엔과 뮈렌은 한국관광객이 거의 필수코스로 꼽는 융프라우 지역서 요즘 주목도가 빠르게 올라가는 곳들이다. 벵엔(1274m), 뮈렌(1645m) 모두 이 지역의 대표적인 청정마을이다. 라우터브루넨에서 클라이네 샤이덱 사이에 있는 벵엔은 전기차 외에 개인승용차의 진입이 금지되는 마을이고, 뮈렌은 블루멘탈 계곡과 알프스 산들을 바라보는 절경을 자랑하는 절벽 위의 작은 동네다.

리기 칼트바드 피르스트 역에서 본 산악철도. 스위스|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리기 칼트바드 피르스트 역에서 본 산악철도. 스위스|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리기 칼트바드에서 온천하기

‘산들의 여왕’이란 애칭을 가진 리기산은 다양한 하이킹 코스로 인기 높은데, 그곳 산악철도 중간역이 리기 칼트바드 피르스트(Rigi-Kaltbad First)다. 독일어권에서 지명에 ‘바드(bad)’란 단어가 있으면 대부분 온천이나 스파가 있다. 이곳 역시 역과 인접한 리기 칼트바드 호텔에 산 아래 호수를 내려다보는 풍광을 자랑하는 노천탕과 스파가 있다. 얼마 전 ‘뭉쳐야 뜬다’에 나와 유명세를 탔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지만, 기왕이면 조금 과감히 투자해 호텔에서 하루 묵으면서 스파를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오전에는 투숙객만 스파를 이용할 수 있어 북적거림없이 노천탕에서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호수를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루체른 프란시스코 교회 내부 장식. 스위스|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루체른 프란시스코 교회 내부 장식. 스위스|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장크트 갈렌, 루체른…교회·성당 즐기기

장크트 갈렌은 이름(St. Gallen)에서 느껴지듯 중세 시대부터 문화와 교육의 중심도시였던 유서 깊은 곳이다. 이곳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란 찬사의 수도원 부속 도서관과 장크트 갈렌 대성당이 있다. 내부가 장엄하면서 화려한데 성경 구절을 소재로 그린 천정 프레스코화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스위스 정중앙에 있어 관광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는 루체른에도 인상 깊은 교회들이 있다. 카펠교와 함께 루체른의 아이콘인 호프 교회는 역과 선착장에서 로이스 강 건너로 정면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멋지다. 17세기 건립한 스위스 최초의 바로크 양식 교회인 예수교회는 내부장식의 화려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외양은 무척 수수해 보이는 프란시스코 교회는 13세기 말에 세워진 중세 고딕양식 건축물이다. 내부로 들어서면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프레스코화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더, 리기 칼트바드 호텔 근처에서 발견한 작은 교회. 커다란 암벽 사이로 난 작은 오솔길부터 인상적인 이곳은 앞서 소개한 교회나 성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박하다. 하지만 다른 종교를 믿는 기자마저 경건함을 느끼게 하는 아침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어떤 화려한 장식보다도 인상적이었다.

스위스|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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