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수입 등 콘텐츠 문의 시작… 중국내 한류도 해빙 ‘기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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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이어 대중문화계도 기대감

다음 달 국내에 개봉하는 영화 ‘신과 함께’는 최근 중국 대형 배급사로부터 수입 문의를 받았다. 이 영화의 국내 배급사는 사드 갈등으로 중국 사업의 타격이 적지 않았던 롯데그룹의 계열사 롯데엔터테인먼트. 리얼라이즈픽쳐스 제공
다음 달 국내에 개봉하는 영화 ‘신과 함께’는 최근 중국 대형 배급사로부터 수입 문의를 받았다. 이 영화의 국내 배급사는 사드 갈등으로 중국 사업의 타격이 적지 않았던 롯데그룹의 계열사 롯데엔터테인먼트. 리얼라이즈픽쳐스 제공
내년 중국에서 다시 ‘잭팟’이 터질까.

한중관계 해빙으로 유통업계에 활기가 도는 가운데 대중문화계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최근 한국 콘텐츠 기업에는 중국 내 다양한 업체로부터 내년 계획을 문의하는 연락이 잦아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얼어붙은 황해가 녹는 느낌”으로 기대하면서도 “중국 당국과 여론이 아직 명확한 청신호를 띄우지 않아 내년 초까지는 관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영화부터 가상현실까지… 다시 찾는 한국 콘텐츠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의 제작사는 최근 중국 측으로부터 수입 문의를 받았다. 사드 갈등 이후 최근까지 중국에서 한국 영화 개봉이 중단됐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본보에 “중국 대형 배급사 2, 3곳에서 문의가 왔다”며 “심의 등을 고려하면 시간이 촉박해 동시개봉은 어렵겠지만 한국 개봉 한두 달 뒤에 중국 개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테마파크에 들어갈 가상현실 콘텐츠도 계약을 조율 중이다. 시각효과 기술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덱스터 스튜디오는 최근 중국 완다그룹의 광저우 테마파크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고 두세 개 파크와도 공급 협상에 들어갔다. 덱스터 관계자는 “한중관계 정상화 이후 중국 업체가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 협상이 수월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중국 방영 일정을 조율 중인 드라마 ‘나의 여신 나의 어머니’. 가운데 앉은 이가 주연 이다해. 리얼라이즈픽쳐스 제공
내년 중국 방영 일정을 조율 중인 드라마 ‘나의 여신 나의 어머니’. 가운데 앉은 이가 주연 이다해. 리얼라이즈픽쳐스 제공

○ 12월이 분기점… 흐르다 굳은 한류가 마중물

방송가에서는 중국 내 한류 콘텐츠 수입의 가늠자가 다음 달 한 차례 조정될 것으로 본다. iHQ 황기용 제작본부장은 “이달 중 중국 업체들이 한국 콘텐츠에 대한 심의를 넣으면 12월에 광전총국에서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연말 연초부터 한국 콘텐츠의 심의 통과 결과가 업계에서 확산되면 내년 분위기가 예상될 것”이라고 했다.

마중물은 사드 사태 이전에 합작투자나 편성이 확정됐다가 된서리를 맞은 콘텐츠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우 이다해가 출연하는 드라마 ‘나의 여신 나의 어머니’는 지난해 중국 촬영까지 마쳤지만 방송이 무기한 연기됐다. 최준환 제이에스픽쳐스 본부장은 “최근 중국 제작사에서 ‘내년에 방영할 수 있게 됐다. 적당한 방송사를 물색 중’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나의 여신…’은 한국 여성이 중국으로 시집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가요계에서도 공연, 방송 등 다양한 중국 내 혈맥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중국의 쑤닝과 합작법인을 세운 FNC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현지에서 가요연습생을 발굴하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수출이 활기를 보일 것 같다”고 했다. 한동안 아시아 순회공연에서 중국 일정이 빠졌지만 중국 4, 5개 도시가 추가되면 자연히 한류 가수들의 아시아 투어 스케줄도 달라진다.

이 관계자는 “확대된 아시아 투어를 위해 국내 가수들이 음반도 더 내게 되면 내년 국내 음반시장 전체가 활기를 띠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 가수들은 중국 인기 소셜미디어인 웨이보를 통해 현지 팬과 해온 소통을 늘리며 중국 시장이 활짝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 “한국 콘텐츠 표절 방지 장기적 대책 필요”

신중론도 나온다. 한 대형 가요기획사 임원은 “중국 정부에서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오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다”면서 “그간 암암리에 중국 정부가 광전총국을 통해 자국 콘텐츠업계에 지령에 가까운 영향력을 행사해온 만큼 당장의 분위기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차제에 중국의 콘텐츠 표절 문제를 짚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tvN 인기 드라마 ‘도깨비’는 중국 내 해적판이 크게 유행했으나 마침 사드 정국이 와 마땅히 대응할 방도가 없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과 정식 구매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면, 프로그램 포맷을 구매하는 대신 한국 프로그램을 표절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한 대형 연예기획사 이사는 “해빙에 더해 지적과 제도 개선과 보완이 이뤄질 때 ‘일보 후퇴 후 이보 전진’, 즉 양국 콘텐츠 산업의 진정한 윈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윤 imi@donga.com·조종엽·조윤경 기자
#중국내 한류 해빙#영화 신과 함께#드라마 나의 여신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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