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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모든 건물은 일시적 구획일뿐, 왜 잊고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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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모든 건물은 일시적 구획일뿐, 왜 잊고 살까

손택균기자 입력 2017-07-18 03:00수정 2017-07-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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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에스허르의 ‘하늘과 바다 1’. 출처 wikipedia.org
집 건너편 오래된 상가건물 한 채가 지난주 허물어져 공터가 생겼다. 건물이 사라진 땅은 언제나 그 건물이 기억에 남긴 크기보다 좁아 보인다. 모든 건물이 일시적 구획이란 사실을, 왜 자주 잊을까.

대학 2학년 2학기 설계 주제는 교회였다. 과제로 주어진 땅은 서울 신촌의 가파른 언덕 주택밀집지. 대지 높낮이 차 때문에 지하공간을 널찍하게 파낸 결과물이 많았다. 내 계획안은 땅파기 공사를 최소화하고 필요 공간을 별도 건물처럼 분리해 쌓아 연결하는 방법을 썼다.

그럴싸했지만 아무리 해도 납득할 만한 동선(動線)이 나오지 않았다. 좌절을 뒤집어쓰고 설계실에 앉아 있을 때 한 선배가 스케치를 들여다보더니 새 트레이싱지를 씌워주며 말했다. “공간으로 그린 곳을 벽으로, 벽으로 그린 곳을 공간으로 바꿔 봐.”

선배 말대로 솔리드(solid·벽체)로 까맣게 칠한 부분을 하얗게 비우고 보이드(void·공간)로 비운 곳을 까맣게 칠했다. 그대로 답이 되진 않았지만 놓쳤던 틈새가 보였다.

건물의 솔리드와 보이드는 그 공간이 가진 유일한 답이 아니다. 21년이 지나서인지, 벽이 단단해서인지, 잊고 산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건물#mc 에스허르#하늘과 바다 1#solid#v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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