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적 방법으로 일군 한국의 변혁, 세계사에 기록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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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작가 佛 르 클레지오 서울국제문학포럼 간담회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2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열린 서울국제문학포럼 간담회에 참석했다. 8월 서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 ‘하늘 아래 빛나’를 발표할 예정인 그는 “서울 사람들이 언제나 ‘서울 하늘에 있으면 또 만나겠지’라고 말하는 데서 제목을 착안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2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열린 서울국제문학포럼 간담회에 참석했다. 8월 서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 ‘하늘 아래 빛나’를 발표할 예정인 그는 “서울 사람들이 언제나 ‘서울 하늘에 있으면 또 만나겠지’라고 말하는 데서 제목을 착안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의석이 한 석도 없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과반 의석이 없는) 문재인 대통령은 적극적인 소통이 없이는 어떤 개혁도 불가능합니다. 프랑스건 한국이건 대통령은 모든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7)가 23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비슷하면서도 차별점이 있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포퓰리즘은 인종차별주의, 외국인에 대한 혐오, 낡은 정치에 대한 환멸과 반동에서 나온 것입니다. 반면 한국에서의 정권 교체는 국민이 의지를 모아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려 한 열망의 표시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앞서 가진 본보와의 단독 이메일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 40세의 중도파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된 데 대해 “극우 포퓰리즘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이러한 투표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젊은 데다 어느 정당에도 당적이 없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르 클레지오는 “‘나를 반대할지라도 재능 있는 사람은 제거할 것이 아니라 타협해서 내 편을 만들 것’이라는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방침은 문 대통령도 참고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정치로 부를 축적하지 않고, 진실한 민주주의와 균형에 대한 열망이 있는 사람”이라며 “군사적 위협이 존재하는 매우 혼란스러운 시대에 한국을 잘 이끌어 나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겨울 한국을 방문해 광화문 촛불집회를 목격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침묵 속에 잔잔한 빛을 통해, 무언가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의지를 보여주었다”며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통합에 성공한 것은 세계 정치사에 기록될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인도양의 모리셔스에서 태어난 르 클레지오는 지난해 “르펜이 당선된다면 프랑스 여권을 반납하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영국과 미국을 넘어 유럽 대륙을 휩쓸던 포퓰리즘의 바람을 프랑스가 멈추게 한 것은 ‘지성의 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의 경험은 포퓰리즘이라는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백신”이라며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배타적 민족주의의 사도들이 초래한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르 클레지오는 2007년 이화여대 초빙교수를 지내는 등 대표적인 지한파 작가로 꼽힌다. 그는 8월경 서울을 배경으로 한 중편소설 ‘하늘 아래 빛나(Bitna sous le Ciel)’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신촌, 여의도, 잠실 등 서울의 동네에서 박스를 줍는 할머니, 허름한 점집, 휴대전화 수리점에서 일하는 서민들의 이야기”라며 “서울에 전해오는 귀신, 선녀, 용 이야기 등 신화와 전설, 상상력이 담긴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파리에 가면 늘 고정되고, 변화가 없어 마치 왕정과 고전주의 시대의 시간이 그대로 흐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반면 서울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사는 데다 엄청난 속도로 변화가 일어납니다. 매일 새로운 신화와 판타지가 생기죠.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은 파리보다 서울입니다.”

그는 한강 김애란 등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 대해 “일제와 6·25전쟁을 겪은 선배들과는 다르게 ‘한(恨)’과 복수심에서 벗어난 듯하다”며 “소통의 부재, 사회적 소속감의 상실, 윤리적 경제적 위기 등 현대 세계의 보편적 자기 성찰이 담긴 문학”이라고 평가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서울국제문학포럼 간담회#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김애란#소설가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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