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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페미니즘을 읽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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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페미니즘을 읽을 때

여성동아입력 2017-04-21 14:03수정 2017-04-2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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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페미니즘의 사전적 정의는 ‘여성과 남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을 아우르는 말’이다. 여기 어디에도 나쁜 단어는 없다. 평등 사회 구현을 위한 필요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불과 얼마 전까지 여성에 대한 익숙하고 만연한 폭력의 부당함을 이야기할 때조차 우리들의 언어는 무척 조심스러웠다.

거기엔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막연히 페미니즘은 기존 질서(알고 보면 남성 중심!)를 부정하는 과격한 사상이라는 편견이 있었고,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순간 예민하고 부정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도, 가부장적 질서에 익숙한 사람들과 진흙탕을 뒹구는 듯한 논쟁을 벌이는 것도 귀찮고 두려운 일로 여겨졌다.

최근 들어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된다. 페미니스트임을 당당하게 선언하는 이들이 늘었고, “페미니스트가 되겠다”는 대통령 후보도 나왔다. 지난해 5월 벌어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여자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홧김에 살인을 저질렀다”는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위험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고, 이후 여성들은 본인이 겪었던 성차별과 여성 혐오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또 여성에 대한 폭력에 맞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보루로 페미니즘이 폭넓게 조명받기 시작했으며,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관련 도서 출간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진지하고도 유쾌한 반격

<거리에 선 페미니즘>(궁리)은 강남역 사건 이후 서울 신촌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 참가한 여성들의 발언을 묶은 책이다. 성추행, 성폭력 경험부터 외모로 인한 압박과 옷차림에 대한 검열, 가족 내 성차별 등에 대한 발언자들의 말은 여전히 불안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여성의 삶을 증언한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봄알람)는 남성들의 언어 폭력에 대해 상황별, 유형별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일러주는 대화 매뉴얼이다.

말하자면 ‘해외여행지에서 입이 트이는 영어 회화 100문장’과 비슷하다.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갈매나무) 역시 직장에서,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성차별적 발언들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를테면 입사 면접에서 “00씨는 아이를 몇 명이나 나을 계획인가요?”라는 질문에 “이 회사에 다니려면 몇 명을 낳아야 하나요?”라고 맞받아치는 식이다.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세종서적)는 날 때부터 어마어마하게 몸집이 컸던 저자가 평생 여성의 존재 가치를 외모로 평가하는 남성들의 시선에 맞서며 터득한 자기 사랑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커다란 몸집을 숨기고자 애쓰다가 실패한 어린 시절부터, 강간 유머를 정당화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들과 공개적으로 맞서 싸운 일, 자기 자신과 세상을 향해 뚱뚱한 사람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설득하려고 분투한 경험까지, 저자가 유머와 페이소스를 섞어 들려주는 경험담은 페미니즘은 무겁고 지루한 것이라는 편견을 거두게 한다.


<낯선 시선>(교양인)은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페미니즘 열풍 그 이후까지 고민하는 책이다. 여성학·평화학 연구자인 저자는, 페미니즘은 성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성별에 대한 비판만으로는 차별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어떤 사회 문제도 성별, 계급, 나이 등 한 가지 모순으로 작동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젠더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산재한 다양한 폭력과 차별, 몰상식과 야만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김영화

editor 김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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