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현대스포츠는 종교이자 ‘꽃을 든 괴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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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스포츠/마르크 페렐망 지음/이현웅 옮김/320쪽·1만5000원/도서출판 삼화

스포츠는 아편이다. 마약이요 권력이다. 오늘날 지구상 유일한 이데올로기다. 경기장은 하나의 거대한 스크린이다. 그 스크린은 간단하게 대중의 시선을 낚아챈다. 기꺼이 현대인들은 스크린 속으로 ‘스스로 무장해제하고’ 빠져든다.

스포츠 쇼 앞에서는 그 어떤 비판도 무력하다. 아니 비판적 칼날을 들이대기가 애초에 불가능하다. 하루하루 밥벌이에 허덕이는 노동자들도 월드컵 축구에서 자기 나라의 승패에 목을 맨다. 빈곤층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들은 2014 브라질 월드컵경기장 건설현장에서 비정규직 인부 수십 명이 숨진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수많은 주민이 도시 외곽으로 쫓겨난 것도 강 건너 불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의 끝없는 탐욕은 아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도대체 스포츠란 무엇인가. ‘스포츠를 즐긴다’는 말이 가당키나 한가. 그렇다. 스포츠는 현실을 묻지 않는다. 우리의 삶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저 ‘끊임없이 반복 상영되는 영화’ 같은 것이다.

저자는 스포츠를 ‘현대자본주의의 축소판’이라고 단언한다. 줄기차게 자가 증식하는 자본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경쟁’ ‘승자독식구조’ ‘아프리카, 남미에서 공수되어오는 농노제적 선수 수입’…. 이 중에서도 선수의 ‘몸값’이란 말이 압권이다. 선수는 이미 ‘자본이 만든 노동력 상품’이란 뜻이다. 선수의 몸은 더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인조인간’ ‘유전자변형선수(AGM)’인 것이다.

문제는 누가 뭐래도 스포츠는 계속된다는 것이다. 너도나도 TV 앞에 앉아 넋이 나갈 것이다. 순식간에 시선이 고정되고, 머리가 마비될 것이다. 그렇다. 현대스포츠는 종교다. 신(우승자)도 있고, 천국(승리)도 있고, 지옥(패배)도 있다. 거대한 신전(경기장)에서 사람들은 마치 마약에 취한 것처럼 미친 듯이 환호하고, 땅이 꺼질 듯이 탄식한다. 현대스포츠는 이미 인간 통제의 손을 벗어났다. ‘꽃을 든 괴물’이 됐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야만의 스포츠#현대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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