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뇌훈련부터 우주진화까지… 자연과학을 통한 세상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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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랭귀지/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박자세) 지음/543쪽·1만8000원·엑셈

‘동물은 유전자에 따라 행동한다. 10분 이상 기억하지 못한다. 빛과 소리에 반응할 뿐이다. 인간은 대뇌피질에 저장 기억된 언어에 따라 행동한다. 언어는 단어와 의미다. 그것은 곧 모든 인간의 행동은 목적을 가진다는 뜻이다. 인간은 결코 의미의 장(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깨달음은 언어가 끊어진 자리, 즉 의미의 장을 넘어서는 것이다. 깨달음의 순간은 뇌 전체가 폭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원효나 서산대사 같은 선승들은 마음이 환희에 넘치고 호수처럼 맑다고 한다.’

‘시인은 태초의 언어를 쓰는 사람이다. 날것의 이미지에 끊임없이 올가미를 던진다. 인간이 의미에 갇히기 전, 즉 언어를 쓰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려고 한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이 바로 그렇다.’

천지불인(天地不仁). 자연은 무심하다. ‘스스로 그러할 뿐’이다. 선악의 구별이 없다. 지진이 어디 사람 가려 발생하는가. 인문학은 사람을 위한 학문이다. 철학이나 종교는 아무리 뛰어나도 ‘뇌 속의 현상’에 불과하다. 나아가 인간의 뇌가 아무리 위대해도, 그것은 자연 속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사유란 인간을 넘어,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아울러야 한다. 생명의 탄생과 생각의 출현까지 궁구해야 마땅하다.

이 책은 ‘자연과학을 통한 세상 보기’이다. 과학문화운동단체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박자세·2011년 출범)의 결과물이다. 집단지성 4000여 회원이 쏘아올린 ‘책거리 공양’이라 할 수 있다. 일반상대성이론, 힉스입자, 디랙방정식 등 어려운 이론과 수식, 난해한 그림, 도표가 가득하다. 자연과학은 백 마디 인문학적 해석보다 하나의 수학공식이 지름길이다. 공부란 어려워야 공부다.

운영자 박문호 박사(55·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그냥 말하고, 쓰고, 깡그리 외워라. 그게 바로 뇌훈련’이라고 말한다. ‘자연과학 7, 인문학 3’의 책읽기를 주장한다. 그가 엄선한 524권의 책이 휘황찬란하다. 그는 6년째(5시간씩 20∼25회) ‘137억 년 우주의 진화’ ‘특별한 뇌과학’을 강의하고 있다. 중학생부터 70대 석학까지 5000여 명이 강의를 들었다.

‘2013년 5월, 마침내 지구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어섰다. 산업혁명 이전까진 겨우 280ppm이었다. 이제 마지노선 450ppm까지는 20년쯤 남았다. ‘얼음 없는 지구’가 오고 있다. 금세기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최대 6.4도 오를 것이다. 한국은 지구 평균보다 2배쯤 더 빠르다. 기억하라! 2억5000만 년 전 지구 기온이 6도 올랐을 때 지구 생물 종(種)의 95%가 사라졌음을!’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유니버설 랭귀지#언어#자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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