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훈 신부, 최경일 단장 “예수님 역은 큰 영광” “신부님이 하시니 더 감동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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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아퀴나스 합창단’ 최경일 단장과 예수역 전문단원 김택훈 신부

16일 서울 돈암동성당 마리아상 앞에 선 김택훈 보좌신부(왼쪽)와 가톨릭전례전문 합창단인 ‘아퀴나스합창단’의 최경일 단장이 활짝 웃고 있다. 김 신부는 최근 합창단의 요한수난곡에서 예수 역을 맡아 노래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6일 서울 돈암동성당 마리아상 앞에 선 김택훈 보좌신부(왼쪽)와 가톨릭전례전문 합창단인 ‘아퀴나스합창단’의 최경일 단장이 활짝 웃고 있다. 김 신부는 최근 합창단의 요한수난곡에서 예수 역을 맡아 노래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신부가 예수 역을 맡아 부담스러웠냐고요? 전혀요. 오히려 영광 그 자체죠.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예수 역을 맡고 싶기도 합니다. 하하.”

20일 부활절을 앞두고 16일 서울 돈암동성당(김준철 주임신부)에서 만난 김택훈 보좌신부의 말이다. 35세의 젊은 신부는 최근 가톨릭전례전문 합창단인 ‘아퀴나스 합창단’의 ‘요한수난곡’에서 예수 역을 노래했다. 그는 이 합창단의 예수 전문 단원으로 꼽힌다. 사제로 서품되기 전 부제 시절인 2012년에도 예수로 무대에 섰다.

그와 함께 있던 최경일 합창단장(55)이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최 단장은 “일반 평신도가 아닌 신부님을 통해 요한수난곡을 접할 수 있어 더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했다. 요한수난곡은 부활절의 대표적인 오라토리오로 바흐가 작곡한 음악에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의 수난을 그린 요한복음 18, 19장을 가사로 입힌 것이다.

올해 창단 47주년을 맞은 이 합창단은 60여 명으로 구성돼 있고,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시복식에서 성가대로 참여한다.

이들은 앞으로도 매년 부활절을 앞두고 요한수난곡 공연을 신도들 앞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김 신부는 “요한수난곡 무대 자체가 예수님의 마음으로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라며 “예수님께서 십자가로 걸어가셨던 그 길을 묵상한단 생각으로 무대에 선다”고 했다.

최 단장은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다. 이학박사인 그는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의약연구단의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했을 당시 제44차 세계성체대회에서 화답송을 독창하기도 했다. “노래가 좋아 신자는 아니었지만 서강대 합창단에서 활동했어요. 나중에는 세례까지 받고 이제 합창단장까지 맡고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계속 예수 역으로 아퀴나스 합창단과 함께 해주신다면 저야 감사할 따름이죠.”

이들은 성직자와 평신도로 나뉘지만 부활절의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 부활의 의미를 되새겨야 합니다. 예수께서 겪으신 수난을 깊이 깨닫고 오늘날 내게 적용시켜 되돌아보며 묵상할 때 우리에게 진정한 부활이 주어진다고 생각합니다.”(김 신부)

요한수난곡으로 시작된 인터뷰의 주제는 부활절로 옮겨갔다가 자연스럽게 교황 방한으로 흘렀다.

김 신부는 “그리스도의 대리자이자 가톨릭의 영적 지도자인 교황의 방문은 종교의 벽을 넘어 모든 이에게 은혜로운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단장은 “일반 평신도가 교황님을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며 “내 생애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뵐 수 있다는 것은 평신도로서 큰 영광”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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