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레알 뽕짝커, 신세대들이 불러 다시 나왔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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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노래 ‘아수라발발타’로 12년만에 돌아온 ‘이박사’

이박사의 부채에서는 장풍이라도 나올 듯했다. 의상은 직접 고쳐 만든 것이다. “나는 뽕짝 가수가 아니고 ‘뽕짝커’야. 앉아서 부르는 게 아니고 로커처럼 뒤집어엎는 거니까!”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박사의 부채에서는 장풍이라도 나올 듯했다. 의상은 직접 고쳐 만든 것이다. “나는 뽕짝 가수가 아니고 ‘뽕짝커’야. 앉아서 부르는 게 아니고 로커처럼 뒤집어엎는 거니까!”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초록색으로 물들인 뽀글뽀글한 머리. 노란 셔츠에 노란 재킷, 노란 바지 차림의 그를 엘리베이터에 동승한 이들이 흘깃거린다. 손에 든 부채에 쓰인 ‘용(龍)’ 자와 한글 문구 ‘레이디스 앤 젠틀맨 뽕짝 킹 이박사 컴백’이라는 아주 촌스러운 문구가 보인다. 건네는 금색 명함에 박힌 ‘이박사(李博士)’ 세 글자. “12년 만의 일간지 인터뷰야. 잘 써줘야 돼.”

2000년 주류 가요계에 혜성처럼 나타났던 그, 이박사(58)가 마침내 돌아왔다. 그는 등장하자마자 트로트 메들리에 분당 박자 수 170을 상회하는 정신없는 테크노 리듬을 섞었다. 여기 ‘좋아좋아’ ‘미쳐미쳐’ ‘돌려돌려’의 추임새를 더해 10, 20대 가요 팬들까지 사로잡았다. ‘몽키매직’ ‘영맨’ 등이 수록된 1집 ‘스페이스 환타지’는 13만 장이 팔렸다.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들이 앞다퉈 ‘이박사 신드롬’을 보도했다. 2001년 후속곡 ‘학교매점 출출해’를 낸 그는 갑작스레 가요계에서 사라졌다.

지난해 조용히 신곡 ‘야야야3’가 담긴 새 앨범을 내고 칠순 잔치와 성인 가요 시장을 전전하던 그가 최근 주류 가요계를 다시 조준했다. 3곡짜리 새 앨범 ‘레알 뽕짝커’. 정신없는 테크노 트로트 곡 ‘아수라발발타’를 타이틀곡으로 민다. ‘다른 오빠’에는 장기하의 댄서로 이름을 알린 기이한 여성 듀오 미미시스터즈가, 히트곡을 재편곡한 ‘몽키매직-우주몽키’에는 레게 밴드 윈디시티가 참여했다. 서울 아차산에서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다 왔다는 그는 약간 피로해 보였지만 그의 입은 그렇지 않았다.

―진짜 박사님은 아니시죠.

“노래 박사죠.”

―박사학위 따고 싶은 분야는 있으신가요.

“아냐. 머리 아파.”

―박사님, 12년 동안 뭐하셨어요.

“나? 테크노, 디스코, 폴카, 룸바, 차차차, 슬로록, 트로트, 지루박. 이걸 다 섭렵했지. 레볼루션이에요. 칠순잔치나 중년들 원하는 데 돌고…. 그러다보니 관객 구성이 신세대 60%, 중년 40%인 거야. 신세대들이 날 다시 원하는구나! 그래서 컴백했지.”

―싸이 아세요?

“TV에서 공연하는 거 봤는데 이미 신(神)이 돼 있더라고, 신.”

―관광버스 가이드 출신이시잖아요. 버스 안에서 음악의 도를 깨치신 건가요.

“1978년부터 1989년까지 11년 가이드했는데, 버스 안에 리듬박스란 게 있어. 반주긴데. 속도를 최대로 올리고 수십 곡 ‘메들해서’(메들리로 만들어서) 추임새 넣으며 노래했어. 1989년에 메들리 음반 처음 내고 95년에 일본 소니에 픽업된 거야.”

―엽기 가수로서도, 케이팝 한류로서도 원조인 셈이네요.

“1996년 도쿄 부도칸 1만5000석 매진. 내 사인을 매니저가 복사해서 막 나눠줬어. 관객 반응? 아, 최고지. 메드리(메들리)로 다 그냥 후딱 뒤집어놨으니까. 그해 도쿄대 초청 받고 가서 ‘한국 트로트의 역사와 전통’ 특강도 했지. 살충제 CF 찍고 우리 돈으로 1억쯤 받았어.”

―공백이 꽤 길었어요.

“2002년인가, 다리 다쳐 한 3년 쉬고 2006년 애기 엄마랑 헤어지고 하니까 밖에 나가기 싫어졌어. 18년 산 아내랑 헤어지고 만난 두 번째 아내인데 11년 살다 헤어진 거지. 이런 건 왜 자꾸 물어? 지금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보증금 500만 원, 월세 40만 원 내고 방 두 칸에 서른네 살짜리 아들이랑 같이 살아.”

―음악 말고 취미는 뭐예요.

“당구, 탁구, 계주…. 과학 좋아해. 저 달, 저 별, 은하수. 책? 그런 건 안 읽어. 스마트폰으로 별 봐.”

―박사님, 우주에서 오셨어요, 진짜?

“아니. 그냥 신비롭다 이거지. …보통 사람은 아니지.”

―후대에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나는 나예요, 그냥. 음악은 모방이 없다. 창작이다. 개발이다. 노력이다. 예술은 멀다. 질리지 않는다. 재밌다. 재밌는 삶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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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박사#뽕짝커#아수라발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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