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GAGA Time!… 5만 관객 ‘가가 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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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라!”… 5만 관객 ‘가가 속으로’

■ 서울 올림픽주경기장 공연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27일 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에서 ‘더 본 디스 웨이 볼 투어’의 첫 콘서트를 열었다. 주최 측은 이날 공연이 화제를 모은 새로운 월드 투어의 첫날임을 감안해 외부 촬영을 일절 불허했으며 공식 사진 배포도 이날 밤늦게 이뤄졌다. 사진은 2009년 내한 때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클럽 무대에 선 레이디 가가. 동아일보DB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27일 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에서 ‘더 본 디스 웨이 볼 투어’의 첫 콘서트를 열었다. 주최 측은 이날 공연이 화제를 모은 새로운 월드 투어의 첫날임을 감안해 외부 촬영을 일절 불허했으며 공식 사진 배포도 이날 밤늦게 이뤄졌다. 사진은 2009년 내한 때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클럽 무대에 선 레이디 가가. 동아일보DB
2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레이디 가가의 내한공연은 그의 ‘악몽 같지만 재기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인 무대였으나 관객에 대한 배려에 있어 새 월드투어의 완벽한 출발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했다.

오후 8시 23분, 조명이 소등되고 단속적인 일렉트로니카 음향이 깔리는 가운데 레이디 가가는 ‘하이웨이 유니콘’을 부르며 무대 중앙에서 말을 타고 등장했다. 경기장을 메운 5만 관객의 탄성이 쏟아졌다. 명멸하는 조명이 밝히는 무대는 3개층, 약 10m 높이로 지어진 중세 유럽 성 모양의 세트로 가득 차 있었다.

공연 전반에 걸쳐 미래적인 분위기와 고풍스러운 중세 유럽의 콘셉트가 교차됐으며 음악적으로는 금속성의 일렉트로니카 음향과 오페라틱한 보컬, 현악기가 대비되며 낯설지만 익숙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흰색과 황금색이 주조를 이루고 간혹 흑색을 가미한 레이디 가가의 의상은 거의 곡마다 바뀌며 시선을 잡아끌었다. 영화 ‘에일리언’ 캐릭터로 유명한 H R 기거의, 바이오메카닉스를 연상시키는 황금빛 소품을 상반신에 두르고 등장하기도 했다. 사이사이 레이디 가가는 내레이션으로 ‘우주 도망자인 레이디 가가가 탈주해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나선다’는 스토리를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그의 새로운 세계 순회공연 시리즈인 ‘더 본 디스 웨이 볼 투어’의 첫 무대다. 레이디 가가는 새 콘서트를 위해 대부분의 곡을 새롭게 편곡했다. ‘본 디스 웨이’ ‘배드 로맨스’ ‘저스트 댄스’ 등 일부 히트곡은 현악기나 오페라 보컬 등이 가미된 편곡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공연의 백미는 오토바이 위에 놓인 키보드와 보컬만으로 단출하게 도입부를 꾸민 ‘헤어’. ‘아빠 엄마가 내 머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지만 난 내 머리카락만큼 자유롭고 싶다’는 노랫말처럼 레이디 가가는 오토바이에서 내려 원형 돌출 무대를 기어 다니고 과격한 헤드뱅잉을 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음정으로 노래했다. 그는 “여러분이 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이런 일은 나 혼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예상외로 충격적이거나 엽기적인 퍼포먼스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아메리카노’를 부를 때 생고기 무늬의 원피스를 입고 나왔고 남자 댄서와 스킨십을 연출했지만 강도는 약한 편이었다. 레이디 가가는 100여 분간 23곡을 부르고 10시 10분경 공연을 마쳤다.

공연 진행에는 문제가 있었다. 수많은 관객이 몰리면서 8시를 훌쩍 넘어서도 인파에 밀려 입장하지 못하는 관객이 많았다. 출입 게이트를 안내하거나 인파를 통제하는 진행요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일부 게이트에서는 인파가 몰리자 입장권 검사도 하지 않은 채 관객들을 들여보냈다. 대형 공연에 예상되는 혼잡을 대비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무대 양편에 두 개뿐인 스크린은 너무 작아 앞쪽 스탠딩 관객을 제외하곤 대다수 관객이 무대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온 안진실 씨(29)는 “스크린이 안 보여 공연 40분 만에 집으로 향했다. 유료로 보기에는 화가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예상외로 다채로운 볼거리가 적었다”며 “비욘세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같은 다른 정상급 여가수에 비해 영상과 발레, 서커스 등 다채로운 공연예술을 아우르는 통섭의 미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날 예상과 달리 종교단체 등의 공연 반대 퍼포먼스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잠실야구장 앞에서 ‘순수함’ ‘처녀성’ 등을 적은 피켓을 들고 서 있던 네덜란드 출신 통일교 선교사 종 씨(59)는 “데카당스와 섹슈얼리티를 강조하는 레이디 가가는 젊은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준다. 그걸 알리려 나온 것뿐”이라고 말했다.

레이디 가가의 내한공연을 반대해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홍재철 회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연이) 예정대로 개최돼 유감스럽다”며 “문화 분야에서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동성애 등 국민정서와 건전한 사회의식을 해치는 공연은 제한해야 한다. 국내에서 또 한 번 레이디 가가나 비슷한 뮤지션의 공연이 성사되면 더욱 강경한 움직임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연장 앞은 아침부터 레이디 가가의 무대의상을 모방한 극렬 팬들이 점령했다. 무대와 가까운 곳에 설치된 특별 구역 ‘몬스터 핏’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미국인 스태프가 나와 패션 센스 등을 기준으로 열성 팬들을 심사했고 일부는 추첨을 통해 오후 4시쯤 별도 입장시켰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레이디 가가#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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