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딘“건축유산 재건은 이성 넘는 감성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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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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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광화문 복원 현장 찾은 獨왕궁 복원협회 보딘 이사

1950년 옛 동독 정부에 의해 폭파 해체된 왕궁을 다시 짓기 위해 결성한 ‘독일 베를린 왕궁 복원협회’가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올해 초 복원 작업을 개시했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빌헬름 폰 보딘 이사(68·사진)는 “선대의 건축 유산을 재건하는 일에는 이성에 의한 손익 계산을 초월하는 감성적 가치가 있다”고 했다.

베를린 왕궁 복원협회는 민간 모임이다. 농기구를 제작하는 업체를 운영하던 보딘 이사는 1990년 독일이 통일되기 전부터 왕궁 복원에 관심을 갖고 예술가 정치가 역사학자 건축가 등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았다. 논란 끝에 2008년 동독 정부청사였던 공화국 궁전이 철거되면서 왕궁 복원사업은 비로소 본 궤도에 올랐다. 5억5200만 유로(약 8500억 원)를 들여 외관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고 내부 공간은 미술관으로 쓸 계획이다. 계획 실무는 이탈리아 건축가 프랑코 스텔라 씨가 맡았다.

보딘 이사가 이번에 주한 독일대사관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것은 최근 완료한 경복궁과 광화문 복원사업의 성과를 보기 위해서다. 그는 “경복궁은 ‘아름다운 위엄’을 가진 건축물”이라며 “조선의 왕들이 유럽 절대왕정 군주들과 달리 국민들과 얼마나 가까운 공간에서 생활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때 경복궁 한가운데 세워졌던 조선총독부 건물이 1990년대에 해체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철거 작업이 외국인의 눈에는 왕정국가 조선의 자취를 회복하려는 행위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한국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아 흥미로웠는데 경복궁의 모습을 직접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15세기에 지었던 베를린 왕궁은 프로이센 제국의 심장부 역할을 한 바로크 양식의 건물이다. 경복궁의 복원에 한국 국민 대다수가 지지를 보냈던 것과 달리 2003년 독일연방의회의 공화국 궁전 철거 결정에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다. 보딘 이사는 “전제군주 시대와 세계대전 무렵의 독일을 떠올리게 하는 건물을 굳이 되살려내야 하느냐는 의견이었다”고 했다.

“경복궁 복원과 달리 베를린 왕궁의 복원에는 정치적인 이유보다 문화예술적인 면의 비중이 크다. ‘이성적 필요’와 별개로 ‘감성적 그리움’을 만족시킬 상징을 돌이키는 작업인 것이다. 콘크리트를 쓰지 않고 벽돌 수작업으로 진행하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살아서 완공을 확인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웃음)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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