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 씨]Q: 해외 뮤지컬 가사 번역은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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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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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 뮤지컬 DVD를 여러 장 사서 감상했습니다. 국내 극장에서 본 뮤지컬과는 느낌이 꽤 달랐는데, 원작의 영어 가사를 우리말로 바꿔 부른 것도 중요한 이유인 듯했습니다. 해외 뮤지컬을 국내에서 공연할 때 가사 번역은 어떻게 이뤄지고 어떤 점에 신경을 쓰나요?(남윤지·25·서울 중구 신당동)

A: 직역보다는 음악에 맞게… 원작자와 협의도

해외 뮤지컬을 번역하는 일은 가사를 새로 쓰는 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각각의 음악에 ‘최적화’돼 있는 원어 가사의 맛을 제대로 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해당 언어의 전문 번역자가 전체 가사와 대사를 번역한 뒤 연출자와 음악감독이 상의해 가며 음악에 맞도록 계속해서 수정작업을 합니다.

모든 대사를 노래로 처리하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한국 측 총연출 최용수 씨는 “한국어는 음절 수가 많고 조사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영어 가사를 직역하면 노래 부를 때 상당히 어색해지기 마련”이라고 말합니다. 영어 ‘I love you’는 한국어로 그대로 번역하면 ‘나는 너를 사랑해’로 길어집니다. 또 길거나 강하게 부르는 음에 ‘-는’ ‘-를’ 같은 의미가 없는 조사가 들어가면 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죠. ‘미스 사이공’은 2006년 초연 당시 직역가사를 그대로 사용하다 2010년 새로 공연하면서 직역투 가사를 상당 부분 수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스 사이공’ 첫 장면에 등장하는 지지의 노래 ‘The movie in my mind’는 ‘They are not nice, they are mostly noise’로 시작합니다. 2006년 버전에서는 이 가사를 ‘요란한 허풍선이들’이라고 번역했습니다. 2010년 버전에서는 대신 ‘말로만 떠드는 비겁한 겁쟁이들’이라고 번역했죠. 가사의 전체 뜻과 인물의 성격을 고려해 좀 더 자연스럽게 바꾼 겁니다.

작품의 특징에 맞춰 번역자를 선정하기도 합니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번역은 독일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 출신의 지휘자 박영민 씨가 맡았습니다. 모차르트의 일생을 다룬 작품인 만큼 독일어에 능통한 것은 물론이고 작곡가 모차르트의 음악세계와 시대적 배경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번역을 해야 했기 때문이죠. 번역을 하면서 해외 제작사 혹은 원작자와 협의를 거치며 한국어 가사가 원작의 뜻을 잘 살리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특히 ‘모차르트!’는 가사에 상징적 의미가 많이 담겨 있어 원작자인 미하일 쿤체에게 한국어 가사를 설명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쳤다고 합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 씨가 대답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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