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아베 자민당’ 軍國 회귀를 우려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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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이 어제 실시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3년 3개월여 만에 재집권하게 됐다.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이 일본의 선택을 존중해 축하를 보내는 게 관례지만 이번에는 우려와 함께 고언(苦言)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신조가 이끄는 자민당이 우경화(右傾化) 공약을 쏟아내 군국주의(軍國主義)로의 회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우려도 한국에 못지않다.

아베의 재집권 청사진은 일본을 괴물로 변모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는 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변경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교과서 검정 기준을 바꿔 아시아 주변국에 대한 배려를 담은 ‘근린제국 조항’을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군국주의 시절 자행했던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다는 반론과 반증을 하고, 시마네 현이 조례로 정한 2월 22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을 정부 행사로 승격시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중국과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공무원을 상주시키고 주변 어업환경을 정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베는 공약집에 ‘일본을 되찾는다’는 제목을 달았지만 전쟁 책임을 부정하고 이웃인 한국과 중국을 걷어찬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의 우경화는 국가위상 추락에 따른 초조감의 산물이다. 장기불황 속에 중국에 추월당하고 한국 등 후발주자의 급속한 추격으로 자신감을 상실한 나머지 역사를 부정하고 국제적 책임을 외면하는 극단주의로 이어졌다. 정치와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노력과 쇄신 대신에 아베와 자민당은 시대에 역행하는 무모한 선택을 했다.

차기 총리를 예약한 아베는 2006년 9월부터 1년간 총리를 지낸 경험이 있다. 그는 총리 취임 후 가장 먼저 중국을 방문해 중-일 관계 회복을 시도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포기한 바 있다. 아베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게 일본을 위한 선택인지 냉철한 이성으로 따져봐야 한다. 이틀 뒤 한국에 대통령 당선인이 탄생한다. 중국은 지난달 시진핑이 이끄는 5세대 지도부가 출범했다. 한중일은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할 일이 많다. 일본이 극우로 달려가면 동북아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얽히고설킨 국제관계는 일본이 한중과 격돌하면서 홀로 미국과 관계개선을 하는 구도를 용납하지 않는다.

일본에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이 있다. 위안부 강제동원의 책임을 인정했던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은 최근 일본의 국수주의와 천박한 민족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아베와 자민당은 한중일 3국의 미래를 위해 자중하기 바란다.
#아베#자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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