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서울 충고’ 北은 들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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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어제 이명박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위성 발사를 포기하고 민생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중국 지도부가 북한에 여러 차례 깊은 우려를 표명했으며 지금도 포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을 두둔하던 중국의 지도자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은 중요한 변화다. 후 주석은 탈북자 강제송환에 대해서도 “한국의 입장을 배려해 원만하게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후 주석은 “(그동안) 중국은 국내법과 국제법 기준, 국제사회와 인도주의 원칙을 따랐다”고 덧붙였지만 탈북자는 국제협약에 따라 보호해야 할 난민이라는 한국의 견해를 우회적으로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53개국은 한목소리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반대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어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북한에 미사일 발사 저지 신호를 보내기로 합의했다. 북한이 중국 러시아마저 반대하는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를 피할 수 없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번 회의의 정식 의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각국 정상들이 이 문제를 논의하고 반대의사를 명확히 한 것은 북한의 도발이 동북아 안보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 주최 국가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외교력을 발휘해 세계 주요국이 빠짐없이 참석한 다자회의를 한반도 위기의 해소를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후 주석이 북한의 민생 발전을 거론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사실상 북한 지도부를 향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주민들을 먹여 살리는 데 집중하라고 충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제 “북한 지도자는 북한 주민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할 용기를 가져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기 이전에 주민을 먹여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대국도 주변국과의 관계를 무시하고 살 수 없는 세상이다. 김정은은 후견국인 중국의 지도자가 북한을 비판하는 정상들의 대열에 합류한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설#국제#중국#후진타오#북한#장거리로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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