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값 잡겠다는 국토부에서 ‘아파트 쇼핑’한 장관 후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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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를 딸과 사위에게 증여하고 그 집에 월세로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 후보자는 그때까지 이 아파트와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아파트, 세종시 반곡동의 아파트 분양권 등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였으나 1채를 증여함으로써 재산 목록에서 1채가 빠졌다. 집값 등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다주택자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아파트를 편법 증여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최 후보자가 3주택을 소유하게 된 과정은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 방법을 연상시킨다. 그는 분당 아파트를 보유한 상태에서 2004년 배우자 명의로 재건축을 앞둔 잠실 아파트의 조합원 권리를 샀다. 재건축 이익을 노리고 1억 원가량의 대출을 받아 속칭 ‘딱지’를 산 것으로 보인다. 2004년은 당시 노무현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던 시절인데 주무 부서인 건설교통부에 근무하던 최 후보자는 되레 투기지역의 집을 더 사들인 것이다. 뚜렷한 소득이 없는 부인이 재건축 분담금을 내고 고가의 아파트를 소유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자금을 조달했는지, 증여세 탈루 의혹은 없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그 후에도 그는 수도권에 2채의 집을 가졌으면서 공무원 특혜까지 받아 세종시의 아파트 분양권을 샀다. 세종시는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50%를 공무원들에게 특별 공급했는데 일반분양 경쟁률보다 훨씬 낮아 당첨 가능성이 높은 데다 취득세까지 감면해줬다. 최 후보자는 “국토부의 주요 보직을 거친 국토교통 행정의 전문가”로 알려졌는데 30여 년간 닦은 전문성을 국민의 주거 안정보다 ‘아파트 쇼핑’에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정부는 그동안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규정하고 대출까지 조이면서 집값을 잡으려고 해왔다. 그런데 주무 부서인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투기를 하고 ‘꼼수 증여’ 의혹을 받는다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최정호#다주택자#아파트 편법 증여#부동산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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