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박재명]서울 집값에 휘둘리는 부산의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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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명 산업2부 기자
박재명 산업2부 기자
올해 한국의 집값은 올랐을까?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도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엉뚱한 질문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의외로 올해 전국 집값은 ‘안정적’이다. 10월 말까지 전국 아파트 가격은 연초 대비 0.31%(한국감정원 월간 주택가격동향 기준) 오르는 데 그쳤다.

‘미친 집값’이라는 탄식이 터져 나오는 것은 일부 지역, 그중에서도 서울에 집중된 현상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전국 평균의 26배가 넘는 8.16% 올랐다. 하지만 다른 지역 집값이 하락하면서 ‘평균의 함정’이 생긴 것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이 가격 동향을 집계하는 서울 종로구부터 제주 서귀포시에 이르는 전국 186개 기초시군구의 올해 주택가격 변동을 점검해 본 결과 110곳의 가격이 떨어졌다. 전체 시군구 10곳 중 6곳은 집값이 하락했다는 뜻이다.

지방에서는 ‘부동산발(發)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다. 동남권인 부산, 울산, 경남 전역은 올해 아파트 값이 오른 산하 시군구가 한 곳도 없다. 집값 하락 때문에 주택 매매가가 2년 전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깡통전세’,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 등의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모두 부동산 침체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부산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지역이다. 2016년 이후 7개 지역이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가격 하락 상황에도 대출 제한, 분양권 전매 제한 등 각종 규제가 적용된다. 부산시는 올해 8월 “부동산 경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국토교통부에 규제 해제를 요청했지만, 기장군 일부 지역의 규제만 풀 수 있었다.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부산시는 이달 5일 다시 규제 해제 신청을 했다. 해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새해에도 몇 번이라도 신청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했다가 집값이 다시 뛰어오르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부산을 풀어주면 부동산시장에 일종의 ‘부양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염려한다. 특히 서울로 쏠렸던 부동산 자금이 남하해 부산에 집중되는 상황은 당국 입장에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수록 부동산 침체 지역의 주름도 깊어진다. 8월까지 ―2.29%였던 부산의 올해 아파트 값 변동률은 현재 ―2.89%까지 떨어진 상태다. 경기 고양시(―0.57%) 남양주시(―0.44%)도 집값이 떨어지는 조정대상지역이다.

부산의 주택 담당 공무원은 기자에게 “주택 정책만큼은 수도권과 지방을 아예 다른 나라처럼 따로 적용하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그리 되긴 어렵겠지만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는 지역을 부양하는 대책도, 집값 급등을 잡는 대책만큼 신속하게 나왔으면 하는 게 그의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박재명 산업2부 기자 jmpark@donga.com
#집값#서울#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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