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원의 봉주르 에콜]〈8〉체육수업 받는 프랑스 고3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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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원 하비에르국제학교 한국어·프랑스어 교사
임정원 하비에르국제학교 한국어·프랑스어 교사
아이가 고3 때, 수학 시험이 있다고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더니, 아침에 한숨을 쉰다. 첫 시간이 체육 시간이라 오래달리기를 하는데, 그러고 나서 수학 시험을 보면 힘들다는 것이다. “바칼로레아를 코앞에 둔 고3이 시험 날 아침에 달리기를 해야 하다니….” 아이는 툴툴 대면서 학교에 갔다.

“우리는 체육 시간에 자습을 하는데….” 수시 지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해쓱해진 후배 딸이 그 이야기를 듣고 놀란다.

프랑스 고등학교에서는 고3 때까지 일주일에 두 시간씩 체육을 한다. 교사가 결근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체육 시간에 자습이나 다른 과목 공부를 하는 일은 절대 없다.

고등학교 때에는 음악, 미술 수업이 없고, 고3 때에는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열에 따라 수학이나 과학, 심지어 프랑스어 수업도 안 하는 데 반해, 체육은 전 계열 모두 고3까지 필수다. 그리고 고3 때의 체육 내신이 바칼로레아 점수에 포함된다. 또한 엘리트를 선발하는 프레파(Prépa)의 경우, 어려운 공부를 따라갈 체력이 있는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체육 과목의 점수와 교사 평가 글을 눈여겨본다.

프랑스 고등학교에서는 체육 시간에 해마다 오래달리기, 근력운동, 수영, 인간피라미드, 구기 등 3, 4종목을 필수적으로 한다. 그중 오래달리기는 평가 방식이 독특하다. 속도 외에 ‘계획’을 점수에 3분의 1 이상 반영하기 때문이다. 한 학기 동안 계속 랩타임을 재가며 연습해 자신의 속도에 따른 기준치를 정한 계획서를 시험 날 제출해야 한다. 시험 날, 달리기 속도는 느려도 자신이 세운 기준치대로 달렸으면, 계획 점수를 높게 받아 최종 점수가 좋아질 수 있다.

반면에 탁구는 프랑스 학교에서는 보기 드물게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오르락내리락(Montante et descendante)’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몇 주 동안 모든 학생들이 10분 단위로 경기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순위가 정해지고 그것이 곧 점수가 된다.

한편 체육을 옵션, 즉 자유선택과목으로 선택해 바칼로레아에서 보너스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지역마다 학교와 의무적으로 연계된 스포츠 협회를 통해 유도, 테니스, 수영은 물론이고 지역 특성에 따라 스키, 서핑, 카약, 승마 등도 할 수 있다. 모든 협회는 국립스포츠연맹에서 총괄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수준 높은 아마추어 체육인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학생들에게 자신의 특기를 살려 바칼로레아 점수를 올릴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내 아이는 체육 점수 때문에 오히려 바칼로레아 총점이 손해를 본 셈이라 체육 내신 평가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고3 때까지 체육을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을 불만스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덕분에 체력을 기를 수 있었고 기분 전환도 되었다고 한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은 체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므로 프랑스 학교에 체육 교육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루앙의 고등학교에서 가르칠 때, 오래달리기를 하고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교실에 들어오던 고3 학생들의 얼굴이 밝고 건강해 보였다.
 
임정원 하비에르국제학교 한국어·프랑스어 교사
#프랑스#교육#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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