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3년간 180조 투자”… 정부·기업 ‘미래 먹을거리’ 머리 맞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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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앞으로 3년 동안 모두 180조 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 명을 직접 채용할 계획이라고 어제 밝혔다. 이 가운데 130조 원은 국내에 투자한다. 당초 2만∼2만5000명으로 계획했던 직접 채용 규모를 2만 명 가까이 더 늘린 것도 고무적이지만, 투자를 통해 70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삼성은 인공지능(AI)과 5세대(5G) 통신, 바이오, 전장(電裝) 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산업 분야에 25조 원을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2010년 이건희 회장이 발표한 ‘5대 신수종 사업’ 이후 8년 만에 삼성이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꺼내든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개월 동안 해외 출장을 다니며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미래 먹을거리의 밑그림을 직접 그렸다고 한다.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벌써부터 삼성전자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10년, 20년 뒤의 먹을거리 마련은 미흡하다는 것이 삼성의 자체 진단이다.

당장 반도체를 비롯해 4차 산업혁명의 첨단으로 치닫는 중국의 ‘굴기’가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왔다. 삼성의 이번 발표에는 반도체 기술의 ‘초격차 전략’을 강화해 현재의 캐시카우(cash cow)를 유지하는 한편 ‘반도체 이후’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절박한 고민이 담겨 있다. 아울러 청년 소프트웨어 교육과 스타트업 육성, 중소기업의 스마트 공장 전환 지원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나 협력사 지원 펀드를 확대한 부분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 강화를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6월까지 4개월 연속 설비투자가 전월 대비 감소세인 심각한 투자 부진 상황에서 삼성의 투자 계획 발표는 희소식이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일자리가 따라온다는 것이 경제의 기본원칙이다. 삼성의 투자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LG와 현대자동차, SK, 신세계 등 대기업의 투자 계획 발표와 맞물려 경기 선순환과 고용 확대의 기폭제로 작용했으면 한다.

하지만 이런 기업의 투자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문재인 정부 안팎에 자리 잡은 반(反)대기업 정서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문 대통령이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銀産)분리 완화 방침을 밝히자 시민단체가 들고일어나 ‘재벌의 사금고화’ 운운한 것은 정권 지지층의 이념적 도그마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기업의 투자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이익단체와 시민단체 등 각계에 도사린 규제 걸림돌을 넘어서야 한다. 마침 문 대통령도 ‘실사구시적 실천’을 주창하며 규제혁신 행보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참이다. 이런 분위기 변화를 모멘텀 삼아 기업이 투자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이인삼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미래 먹을거리 발굴을 위한 기업의 결단이 경제 활성화로 온전히 뿌리 내리려면 기업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삼성전자#5대 신수종 사업#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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