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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나도 ‘꼰대’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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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나도 ‘꼰대’가 무섭다

김순덕 논설주간 입력 2018-06-18 03:00수정 2018-06-1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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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이미지의 자유한국당… 선거 패하고도 “나 빼고 혁신”
꼰대라는 비난 듣지 않으려면 입을 다물거나 돈으로 막거나
시대착오 정책, 빚으로 쌓일 우려
김순덕 논설주간
이건 ‘꼰대’에 대한 퇴출명령이다. 6·13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보수 궤멸’을 보고 나는 혼자 속으로 부르짖었다. 개표 한 시간 만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The buck stops here(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고 다음 날 물러났다.

그가 ‘꼰대 정당’ 대표로서의 책임도 알고 물러난 것 같진 않다. 꼰대는 나이와 서열, 지위를 앞세워 간섭과 명령을 일삼아 거의 기피 인물이 되곤 하는데 홍준표의 이미지가 딱 꼰대다. 괜한 음해가 아니다. 그는 넉 달 전 “내가 문재인 대통령보다 호적상으로는 한 살 밑”이라며 “나보고는 꼰대라고 하고 문 대통령은 꼰대라고 안 부른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를 약속한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큰 우환이자 듣는 이를 욱하게 만드는 ‘국민 민폐’가 꼰대일 것이다. 그는 “한국당의 청년공천 정책이 가장 혁명적이고 획기적인데도 ‘꼰대정당’ 이미지가 굳어진 것은 내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지적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자신을 꼰대라고 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야단치듯 말했다. 꼰대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무오류성과 정당성에 대한 확신이다.

물론 당 대표 한 사람의 꼰대질에 한국당이 궤멸했다고 할 순 없다. 참패 다음 날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참회 의총까지 열더니, 하루 이틀 지나면서는 ‘나 빼고 혁신’으로 돌아와 이대로 2020년 총선까지 의원 기득권이나 누리겠다는 한국당 분위기를 보면 진심으로 나라 걱정하는 국민이 불쌍해진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은 지방선거 한 달 전에 이런 야당을 예견한 보고서를 내놨다. 촛불혁명 직후 대통령 선거가 치러져 51 대 49의 보수 대 진보의 진영정치가 해체되면서 대통령 지지율 65%가 이미 진보진영으로 넘어온 상황이다. 여기에 판문점 선언이 더해져 ‘냉전 보수’는 무력화됐다. 6·13선거 이후에는 탄핵 찬성 80% 대 반대 20%와 같은 ‘중심정당 민주당’과 ‘주변의 보수정당’ 체제가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될 경우 민주당은 일본 자민당처럼 장기 집권하겠지만 보수정당은 당권 다툼에나 골몰하는 영원한 야당에 머무를 것이라는 무서운 전망도 가능하다. 결국 불임정당으로 선거 승리를 포기하고 ‘태극기 부대’ 같은 고정 지지층에만 영합하면서 ‘발목 잡기’로 대한민국 실패에 올인(다걸기)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금껏 잘해서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게 아니라는 점은 중요하다. 6·13선거 결과를 “전혀 상식 없는 세력에 대한 심판”이라고 평가한 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도 야당이 워낙 ×판 치니까 이쪽에서 잘못하는 게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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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이념성 정책이나 인사를 둘러싼 정부여당의 꼰대질도 한국당 뺨친다. 대학입시 개편 공론화도 그중 하나다. 아이들과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사임에도 단순하고 공정하게 고치겠다며 일반 시민부터 학생들까지 모아 결정하는 것도 기이하다. 교육문제 공론화의 모범 사례라며 민주연구원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프랑스 대국민 교육토론회가 무려 15년 전인 2003년 것이라는 데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평등교육 때문에 교육의 질이 낮아졌음에도 번번이 교육개혁에 실패했던 프랑스가 마침내 9월부터 단계적 개혁에 들어간다. 지난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피에르 마티오 전 릴정치대학 총장을 바칼로레아 개혁위원장으로 임명해 오랜 공청회와 토론회를 거친 내용으로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돌려주는 경쟁력 혁신이 골자다. 한국당의 꼰대질이야 표 안 주면 그만이다. 그러나 나라의 명운을 뒤흔들 교육개혁을 놓고도 ‘공론화’라는 한물간 제도의 무오류성과 정당성을 확신하다가는 아이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꼰대가 욕이라도 안 먹는 방법은 둘 중에 하나다. 입을 다물거나 아니면 돈을 쓰는 것. 야당이어서 국민 세금을 내 돈처럼 풀 수 없는 홍준표는 처음부터 입을 다물거나, 그럴 수 없으면 최대한 품격 있게 발언했어야 했다. 집권당이 아직까지 비난을 덜 듣는 이유는 대통령의 인기와 돈줄 덕분이다. 유능하면 또 모른다. 나라의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책임지겠다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빚까지 물려줄까 걱정스럽다.
 
김순덕 논설주간 yuri@donga.com
#6·13지방선거#꼰대 정당#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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