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신무경]아파트 동 대표들에 가로막힌 공유차량 서비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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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경 산업1부 기자
신무경 산업1부 기자
“아파트 주차장에 셰어링카(공유차량)를 세워 놓고 싶은데요.”

“뭐라고요?”

지난달 초 카셰어링 업체 쏘카에 ‘쏘카플러스’ 서비스를 신청했다. 쏘카플러스는 계약 대상자가 주차장을 제공하면 그 자리에 셰어링카를 세워 두는 대신에 할인도 해주는 서비스다. 월 5만 원의 포인트를 주고, 차를 빌릴 때마다 50∼70% 할인해준다.

차가 없어 평소 셰어링카를 즐겨 쓰는 편이라 집 근처에 한 대쯤 있었으면 했다. 아파트 주차장에 빌릴 수 있는 차가 있으면 대여·반납이 편해질 것이란 기대감에 들떴다. 기쁨도 잠시. 주차장 사용 확인서를 받고자 지난달 16일 아파트관리사무소를 찾았을 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기자로부터 쏘카플러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일주일 뒤 열릴 입주자대표회의에 안건을 올리겠다고 했다. 감감무소식에 전화를 했더니 “안건이 많아 다음 회의로 미뤄졌다”고 했다. 일주일 뒤 다시 연락을 하니 “다음 달에 회의가 열릴 것 같다”고 했다.

이달 11일, 결국 안건 부결 통보를 받았다. 명목은 ‘주차 공간 부족’이었으나 실상은 ‘몰이해’였다. 한 동대표는 “부결표를 던진 절대다수가 셰어링카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입주민에겐 누구나 최소한 차 한 대 세울 주차 공간에 대한 권리가 주어진다. 셰어링카를 이해할 생각도 안 하고 입주민 권리를 박탈한 데 대해 따지고 들고 싶었지만 이해를 시키기 어려울 것 같아 결국 안건 재상정을 포기했다. 아파트 단지에 셰어링카 한 대 두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데 창업가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옮기려 할 때마다 이해 거부에 막힌다면 얼마나 답답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은 실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카풀 서비스 스타트업 풀러스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근무 형태 변화와 사업 외연 확장을 위해 ‘출퇴근시간선택제’를 선언했다. 드라이버가 일주일 중 자신이 원하는 5일과, 원하는 출퇴근 시간을 각각 4시간씩 택해 카풀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오전 5∼11시, 오후 5시∼다음 날 오전 2시에만 운영했다.

택시업계는 “24시간 365일 운영될 수 있어 유상운송 알선 행위”라며 반발했다. 풀러스의 신사업은 올스톱됐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세 차례나 이해당사자 사이를 중재하려 했지만 택시노조는 불참으로 일관했다.

올해 3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공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수익화를 위해 마련한 카카오택시(서비스명 카카오T) 유료 콜 서비스(5000원 상당) ‘즉시배차’도 마찬가지다. 택시노조는 “시장지배적 대기업의 전형”이라며 비난했다. 즉시배차는 여전히 빛을 못 보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8일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혁신성장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카풀에 대해 “추가적인 중재 계획은 없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유료 콜을 두고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말만 하고 있다. 내가 만난 아파트 동대표들처럼 신사업을 이해하지 않으려 드는 택시노조와 정부 같은 사람들이 도처에 포진해 있으니 누가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을까.
 
신무경 산업1부 기자 yes@donga.com
#공유차량 서비스#카셰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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