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개헌안 ‘토지 公개념’ 남용 소지… 지방분권 강화는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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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어제 개헌안의 경제와 지방 분권 부문에 대한 개요를 밝혔다. ‘토지 공(公)개념’ 규정을 신설하고 경제민주화 조항도 확대한다는 것이다. 지방 분권 강화를 위해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 분권 국가를 지향한다’는 제3항을 신설한다. ‘수도(首都)를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을 둬 수도 이전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행 헌법에도 토지 공개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총론 부문에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한다’는 규정이 있다. 여기에 더해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까지 있다. 대통령 개헌안은 이것으로도 부족해서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등에 대한 위헌 논란을 무력화하기 위해 ‘토지 공개념’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특정 지역에 토지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심해 ‘토지 공개념’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지역 간 균형 발전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헌법으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사유재산 중 토지를 특정해 점점 더 강력한 공공성을 부과하는 규정을 아무리 쌓아간다고 해도 헌법이 정한 더 상위의 원칙이자 시장경제의 근간인 재산권 보장을 넘어설 수 없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국회 및 사법부와의 관계를 조정하는 것 못지않게 중앙의 권력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전근대 시대부터 강력한 중앙정부의 통제하에 있어서 지방 분권의 토대가 약하다. 대통령 개헌안은 인위적으로라도 지방 분권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용어부터 바꾸고 지방정부 구성에 자주권을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지방자치의 토대는 지방재정이다. 우리나라는 지방 간 격차가 크다. 지방세를 강화하고 싶어도 현 상태로는 강화하면 부익부빈익빈 현상만 일어난다. 그래서 세금의 약 80%를 국세로 걷어 중앙정부가 지방의 재정 형편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눠주고 있다. 이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지방자치는 실질적으로 강화되기 어렵다.

수도 조항을 신설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 수도 이전 시도가 헌법재판소의 ‘수도는 관습헌법’ 결정으로 좌절된 것에 대한 반발 같은 느낌을 준다. 서독은 본래 본이 수도였으나 독일 통일 후 헌법에 ‘수도 베를린’이라는 규정을 신설했다. 우리나라도 수도 이전의 필요성이 대두하면 그때 헌법 개정을 통해 수도를 명시하는 것이 헌재 결정에 충실한 태도다.

공무원의 전관예우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다. 그렇다고 전관예우 금지 근거 조항까지 헌법에 둬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전관예우 금지 법률이 헌법상 직업 선택 자유의 침해로 자꾸 위헌 결정이 난다고 해서 직업 선택 자유와 상충하는 전관예우 금지 근거 조항을 헌법에 두는 건 거친 접근 방식이다. ‘토지 공개념’ 규정도 마찬가지이지만 헌법 개정은 헌법 전체의 기조를 지키면서 헌법의 규정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헌안#경제민주화 조항 확대#수도 이전 가능성#헌법#토지 공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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