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적폐수사 장기화에 사회가 지쳤다”는 검찰총장의 토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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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어제 적폐청산 수사 중 중요 수사는 올해 안에 끝내겠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적폐청산 수사를 올해 안에 모두 끝내긴 어렵지만 개혁과 적폐 논의가 너무 집중된 사건들은 연내에 마무리하겠다”며 “내년엔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민생사건 수사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과거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는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지던 터에 검찰 수장의 ‘연내 마무리’ 원칙 천명은 시의적절하다.

수사라는 것이 칼로 두부 자르듯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문 총장의 데드라인 설정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학생 시절에 같은 말을 여러 번 들으면 좀 지치듯 사회 전체가 한 가지 이슈에 너무 매달려서 너무 오래 지속되면 사회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는 그의 표현대로 문재인 정부 들어 마치 전 검찰력을 동원한 듯한 적폐 수사에 사회가 지쳐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문 총장이 연말까지 끝내겠다고 한 대표적인 수사는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수사 의뢰한 사건들이다. 국정원 수사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상황으로 치달은 감이 없지 않다. 검찰은 국정원 TF가 캐비닛을 샅샅이 뒤져 내려보낸 사건을 하명(下命) 사건 다루듯 받아 수사했다. 이미 전 국정원 고위 간부 등 20여 명이 구속됐고, 이 과정에서 국정원에 파견된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와 정치호 변호사가 자살하는 비극적인 사태도 벌어졌다. 국정원뿐이 아니다. 각 부처에 마련된 적폐청산 TF는 경쟁적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해 검찰이 하청 기관으로 전락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문 총장은 국정원 특활비나 이명박(MB) 전 대통령 관련 수사 등은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해 신년에도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국정원 특활비의 유용은 사적 유용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특활비의 유용은 제도적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 한 수사만으로 ‘적폐청산’에는 한계가 있음도 명심해야 한다. MB 수사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고 진행하지 않으면 전(前) 정권 수사보다 더 큰 피로감을 가져올 수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공산도 크다.

그럼에도 문 총장이 ‘민생 수사’로의 전환 의지를 피력한 것은 의미가 있다. 민생이 고단한 것은 적폐 수사보다는 서민의 주변을 괴롭히는 크고 작은 범죄 탓이 더 크다. 문 총장은 수사의 방향을 전환해 검찰을 정상화하고 민생 수사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문 총장의 연내 마무리 방침에 반발할 것이 아니라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집권당다운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 이제는 국가 전체가 과거에서 미래로 눈을 돌리는 큰 전환을 해야 한다. 새해에도 과거를 뒤지는 적폐 수사에 매몰돼 있기엔 우리의 갈 길이 너무 멀고 험하다.
#문무일 검찰총장#적폐청산 수사#국정원 특활비#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수사#민생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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