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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식 전문기자의 스포츠&]스포츠 세리머니 허용 한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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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식 전문기자의 스포츠&]스포츠 세리머니 허용 한도는?

안영식 전문기자 입력 2017-11-15 03:00수정 2017-11-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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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이 한국시리즈 2차전 8회초 종료 직후 왼손 검지로 홈팬 관중석을 가리키며 투지를 다지고 있다.
안영식 전문기자
때론 말보다 표정이 의사 전달에 효과적이다. 열 마디 말보다 몸짓 하나가 호소력이 클 때도 있다. 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과의 2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KIA 투수 양현종의 ‘양팔 들어올리기 세리머니’가 그렇다.

광주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은 두 팀 토종 에이스의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7회까지 0-0. 8회초 두산 공격을 다시 무득점으로 막은 양현종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기 직전,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왼손 검지로 관중석을 가리켰다. 이윽고 두 팔을 활짝 펴 힘차게 날갯짓하듯 두 차례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홈 팬들의 환호를 유도했다.

양현종의 이 몸짓에 담긴 승리를 향한 갈망은 동료들에게도 전달됐다. 앞선 이닝에서 병살타를 두 차례나 쳤던 KIA 김주찬은 바로 이어진 8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로 출루한 뒤 재치 있는 주루플레이로 홈까지 밟았다. 이날 양 팀 통틀어 유일한 득점이자 결승점이었다.

이 경기는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의 분수령이었다. 양현종이 NC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무려 50점을 뽑아낸 물오른 두산 타선을 잠재우지 못하고 2차전까지 내줬다면 우승의 무게 추는 두산 쪽으로 기울 수도 있었다. KIA는 자신은 물론 팀의 투혼을 일깨운 양현종의 2차전 완봉 역투와 5차전 세이브에 힘입어 내리 4연승을 거두며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스포츠 세리머니는 종종 논란이 되고 불상사를 부르기도 한다.

공이 ‘흉기’로 돌변할 수 있는 야구가 대표적이다. 배트 플립(bat flip·방망이 던지기) 등 홈런 세리머니가 너무 요란하면, 다음 타석에서 빈 볼(bean ball·타자의 머리를 겨냥해 던진 볼)을 감수해야 한다. 기(氣)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코칭스태프가 직접 투수에게 빈 볼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6일 프랑스 프로축구 생테티엔-리옹 경기의 골 세리머니는 경기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리옹의 한 선수가 4-0으로 앞선 후반 40분 팀의 5번째 골을 넣은 뒤 유니폼 상의를 벗어 자신의 이름과 배번이 적힌 쪽을 생테티엔 응원석에 보여주는 일명 ‘메시 세리머니’를 했다. 이에 격분한 생테티엔 팬들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경기가 40여 분이나 지연됐고 나머지 5분여 경기는 무관중 상태로 치러야 했다.


골프뿐만 아니라 야구도 무척 예민하고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는 스포츠다. 양현종의 ‘응원 유도 세리머니’는 두산의 원정 응원 팬들과 선수들을 자극할 여지가 있었다. 실제로 양현종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2차전 직후 인터뷰에서 “두산 팬들과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해도 되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리 팀이 내 액션을 보고 힘을 냈으면 했다”고 말했다.

‘배려’ 하면 생각나는 선수가 올해 은퇴한 ‘국민타자’ 이승엽이다. 그는 2015년 부산 사직구장에서 9-3으로 앞선 8회초 롯데의 새내기 투수를 상대로 장외 투런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타석에서 잠깐 타구 방향을 확인한 그는 배트를 얌전히 타석에 내려놓고 고개를 숙인 채 베이스 러닝을 시작했다. 홈에 들어올 때까지 담담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이 경기 관련 한 기사의 제목은 “‘장외 홈런포’ 이승엽, 후배까지 생각하는 세심한 배려”였다.

올림픽 역사상 가장 유명한 메달 세리머니는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육상 남자 200m 시상식의 ‘검은 장갑 세리머니’다.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건 미국의 흑인선수인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는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시상대에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 고개를 푹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높이 치켜들었다. 올림픽 무대에서의 정치, 종교, 상업적 메시지 전달을 엄단해온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두 선수의 메달을 박탈하고 선수 자격까지 정지시켰다.

극적인 승부처에서 온몸으로 분출하는 스포츠 세리머니는 경기 이외의 또 다른 볼거리다. 그런데 실시간 중계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파급력이 크기에,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마라톤 은메달리스트 페이사 릴레사(에티오피아)는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양팔로 ‘X자’ 표시를 했다. 자신의 부족인 오로모인들에 대한 정부 탄압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과연 스포츠 세리머니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표현의 자유 vs 상대에 대한 배려. 결코 어느 한쪽이 옳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중요한 가치들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과 과공비례(過恭非禮)에 힌트가 있지 않을까.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
#kia 양현종 세리머니#스포츠 세리머니#배트 플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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