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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정세진]사드는 ‘쓴 약’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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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정세진]사드는 ‘쓴 약’일 수도 있다

정세진 산업부 기자 입력 2017-09-14 03:00수정 2017-09-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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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산업부 기자
2015년 5월 한국무역협회의 베이징(北京)지부는 한국이 1분기(1∼3월)에 전 세계에서 중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한국의 대(對)중국 1분기 투자액은 16억2000만 달러(약 1조7675억 원). 중국 영토인 홍콩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다. 한국보다 투자액이 많았던 일본(10억6000만 달러) 싱가포르(12억3000만 달러) 대만(12억9000만 달러)도 단숨에 제쳤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요구에 최적의 입지로는 볼 수 없는 시안(西安)에 삼성이 반도체 공장을 세우고, 충칭(重慶) 공장이 필요했던 현대자동차가 사실상 중복투자인 베이징 인근의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에 공장을 설립한 영향이 컸다. 어쨌든 한국 기업이 중국시장의 주인공이 될 것이란 기대감은 적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2017년. 한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량은 반 토막이 났다. 롯데마트도 사드 용지 제공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내 전체 점포의 90%에 이르는 87곳의 영업을 중단했다. 이마트는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기회의 땅’인 중국이 돌연 한국 기업의 무덤으로 바뀐 것이 사드 탓만일까. 2015년 무협의 자료를 다시 뒤져봤다. 당시 일본은 2012년에 연간 73억5000만 달러의 역대 최고 투자를 기록한 뒤 점차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었다.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보복과 2012년 중국의 반일시위를 계기로 투자처를 동남아, 인도로 이전해 왔다. 중국의 임금수준이 빠르게 오르면서 생산기지로서의 이점도 줄었다. 중국시장의 리스크와 변화를 감지한 일본 기업들은 질서 있는 철수를 진행하던 시점이다.

사실 중국 정부는 성장 둔화를 내수로 극복하기 위해 이른바 ‘홍색공급망(紅色供給網·red supply chain)’을 적극 추진해 왔다. 한국 일본 대만 등으로부터 받는 부품소재를 국산화하고 내수에서는 토종기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합작투자로 기술력을 갖추게 된 토종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현대차와 같은 해외 업체를 제치고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치밀한 산업정책이 숨어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문의 고동진 사장이 지난달 23일 갤럭시 노트8 공개 당일 “중국시장을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며 절실함을 드러냈지만 중국시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국 사업 부진으로 다급해진 한국 기업들이 우리 정부를 향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한 대책을 요구하는 심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보복이 완화된다고 한국기업이 과거의 영광을 온전히 되찾기 어렵다는 점을 기업은 알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세계 5위의 글로벌 업체로 성장시킨 중국시장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와 경제를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연계시킬 수 있는 중국 정부, 그리고 중국 토종기업의 급속한 성장 속에 한국 기업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경쟁력이 사라진 업종은 중국에서 철수시키고 남아 있는 업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다시 높여가는 일본 기업의 최근 전략을 눈여겨봐야 한다. 사드는 한국 기업이 중국시장에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극약 처방이 될 수도 있다. 순간은 고통스럽겠지만 고비만 넘기면 한국 기업에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제공하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정세진 산업부 기자 mint4a@donga.com



#사드#중국 시장#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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