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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박정훈]트럼프가 한국을 버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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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박정훈]트럼프가 한국을 버리는 날

박정훈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17-08-12 03:00수정 2017-08-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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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북한을 때릴까.’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독자분들도 속 시원한 답을 듣고 싶을 것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서로 말로만 물어뜯는 건지, 진짜 미사일도 쏘고 전투기로 폭격도 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는 건지…. 정답은 트럼프, 김정은 두 사람만 알겠지만, 좀 더 쉬운 문제부터 풀다 보면 답을 추리할 수 있을 듯하다.

①트럼프는 한국을 버릴 수 있을까

미국만 생각한다는 트럼프는 후보 때부터 동맹을 깔고 뭉갰다. 대통령 자리에 앉고 나서야 상황 파악이 됐는지, 요즘에야 동맹을 지켜주겠다고 한다. 한국은 미국이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파이브 아이스(Five Eyes·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멤버도 아니다. 정보가 북한에 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반신반의의 우방이다. 장사꾼 DNA가 있는 트럼프라면 필요하면 손잡고, 걸림돌이 되면 버릴 수 있는 게 바로 한국이다.

트럼프만 이기적인 것도 아니다. 1950년 1월 ‘애치슨 라인’을 발표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도 그랬다. 한국과 대만을 아시아 방위선에서 제외해 놓고는 “태평양의 다른 지역은 누구도 군사 공격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게 분명해야 한다”며 ‘외교적 모호성’마저 피해 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라 살림이 쪼들린 미국이 보호 가치가 떨어진 한국을 가차 없이 버린 결과가 6·25전쟁이었다.

②‘한국을 잃는 것’, 그 득실 계산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은 국제사회의 반대를 딛고 1964년 핵 개발에 성공했다. 그 힘은 1979년 미중 수교의 토대가 됐다. 김정은이 모델로 삼는 방식이다. 대화로 북핵을 막는 게 늦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어제는 ‘체제 보장’을 약속했다가, 오늘은 ‘정권 종말’을 말하는 미국을 북한이 믿을 리 없다.

내년이면 미국 본토를 때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실전 배치된다는 게 미국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중국의 압박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건 이제 미신이 돼가고 있다. 결국 트럼프는 대북 군사공격으로 핵개발을 막거나, 핵을 인정하고 ‘체제 보장’ 방식으로 자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 중 하나를 선택받게 될 수 있다.


김정은과 평화협정을 맺으면 주한미군 주둔 명분이 사라진다. 철수하면 태평양 방어선이 일본까지 밀린다. 지금처럼 미일 밀월 관계가 계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2009년 민주당 집권 때 미일 관계는 과거 노무현 정부의 한미 관계처럼 삐걱댔다. 태평양에서 중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 한미일 삼각안보동맹이 유지돼야 하는 이유다. 한국을 잃는 것, 트럼프에겐 엄청난 실(失)이다.

③트럼프는 북한을 때릴까

첫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트럼프에게 두려운 건 ‘북핵을 인정하면서 한국을 잃고, 태평양 패권에서 중국에 밀리는 상황’일 것이다. 그걸 막으려면 북한을 때려서라도 핵 개발을 멈추게 해야 한다. 트럼프가 “전쟁이 나면 미국이 아니라 한반도가 될 것”이라고 한 건 한국 국민을 버림으로써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를 지키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8월 괌 타격’ 운운하는 건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격이다. 트럼프는 10일 “괌을 건드리면 지금까지 보지 못한 일이 북한에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중앙TV를 통해 “괌을 때리겠다”고 공언한 북한도 밀릴 수 없는 처지다. 결국 8월엔 한반도에 정말 위기가 올 수도 있다.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하긴 어렵지만, 트럼프의 지시만 있으면 B-1B 전략폭격기가 북한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오늘도 “전쟁은 없다. 그래서 한국에 사는 미국 시민에 대한 공식 경고는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들에 대한 소개령(疏開令)이 내려지는지를 유심히 살펴야 하는 때를 맞고 있다.

박정훈 워싱턴 특파원 sunshade@donga.com


#도널드 트럼프#북한#한미 동맹#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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