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남진영]고려해볼 버스자율안전관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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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영 한국도로공사 교통운영팀장
남진영 한국도로공사 교통운영팀장
예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최근 버스 관련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5월 11일에는 영동선 둔내터널 부근에서 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으로 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달 9일에는 경부선 양재 부근에서 졸음운전을 한 운전자가 정차 중인 차량을 추돌해 2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고가 나면 그때마다 버스 에스코트를 한다든가, 안전관을 배치한다든가 하는 등의 많은 대책이 나오지만 실제 지속적, 실효적으로 계속 실행되지는 않는 것 같다. 버스회사도 열악한 재정 형편 때문에 버스 운전사에 대한 근로조건 개선이나 졸음방지 장치를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얼마 전 아내가 “청주에서 버스를 타고 오는데 한 승객이 운전사에게 ‘아저씨 졸지 마세요’라고 말해주더라”라고 말했다. 아마 버스 운전사가 조는 걸 보고 말했을 것이다. 그 순간 ‘버스자율안전관제’를 도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에 자율안전관의 권한을 적시해 놓은 좌석을 지정하고, 승객 중 그 좌석에 앉은 사람이 버스 운전사가 고속, 졸음 등 안전에 위반되는 행위를 할 경우 말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제도까지는 아니지만 비행기는 문 앞 좌석에 앉은 승객에게 사고 시 문을 여는 데 의무적으로 도와줄 것을 비행 전 공지하고 있다. 이 자리에 앉는다고 요금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뒤 간격이 넓은 이 좌석의 특성상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물론 버스자율안전관제도를 운영할 때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을 등록제로 할지, 아니면 임의로 희망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할지, 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줄 것인지, 만약 사고 시 책임은 어디까지 부여해야 하는지 등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약간의 혜택만 부여한다면 큰 부담이 없으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안전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만약 현실적인 이유로 이런 제도의 도입이 어렵다면 각 버스에서 상영하는 TV 영상에 이런 내용이 포함된 안전방송을 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비행기처럼 안전띠 사용법, 탈출방법, 운전사가 졸음운전을 할 때의 대응법 등이다. 제도와 버스회사가 우리의 안전을 담보해주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어렵거나 늦어진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남진영 한국도로공사 교통운영팀장
#버스 사고#버스자율안전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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