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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전문기자의 워게임]‘한국판 레이거니즘’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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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전문기자의 워게임]‘한국판 레이거니즘’ 모색할 때다

윤상호 전문기자 입력 2017-07-17 03:00수정 2017-07-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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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87년 12월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중거리핵미사일 폐기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윤상호 전문기자
20세기 저명한 핵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1921∼1989)는 옛 소련에서 수소폭탄의 아버지로 불렸다. 26세에 박사학위를 받고 소련 공산당의 비밀 핵개발팀에서 수폭 제작에 크게 기여했다. 1953년 첫 수폭실험이 성공하자 역대 최연소(32세) 소련과학아카데미 정회원이 됐고 레닌훈장을 받으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핵무기의 비윤리성에 절망한 그는 반핵·반체제 운동가로 변신한다. 냉전 해체와 인류 평화를 외치고, 소련인권위원회를 조직해 사형제 철폐와 정치범 사면을 요구했다. 그 공로로 노벨 평화상(1975년)을 받았지만 국가 반역죄로 장기 강제 유배 끝에 풀려난 지 3년 만에 숨을 거뒀다.

바로 그 시기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미국 제41대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은 정상회담을 열어 냉전 종식을 선언했다. 미국은 대소(對蘇) 봉쇄를 중단하고, 소련은 핵무기를 감축하는 ‘빅딜’은 2년 뒤 소련의 붕괴(1991년)로 귀결됐다. 수천 기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가진 ‘핵의 제국’은 그렇게 종말을 고했다.

미국과 지구적 차원의 ‘핵 패권’을 다퉜던 소련의 몰락을 개혁·개방정책의 산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체제의 내구성과 수명이 다 돼 스스로 무너졌다는 것이다. 다른 해석도 있다. 미 정치컨설턴트 피터 슈바이처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집요한 외교안보전략의 성과라고 주장한다.


1996년 스탠퍼드대 후버센터 연구원 시절에 그가 쓴 ‘레이건의 소련붕괴전략’은 그 사례와 논거를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소련을 ‘악의 제국(Evil Empire)’으로 규정한 레이건은 치밀한 경제·외교·군사전쟁을 수행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통제해 달러와 관련 기술의 유입을 막고, 폴란드 자유노조를 몰래 지원해 동유럽 국가들을 소련의 중력권에서 이탈시켰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전략방위구상(SDI)으로 소련의 핵도 무력화했다.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한 ‘레이거니즘(Reaganism)’이 핵을 가진 공산제국을 종식시킨 원동력이라는 결론이다. 핵과 미사일로 체제를 지킬 수 없다는 역사의 준엄한 교훈이기도 하다.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까지 쏴 올린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가 머잖아 ‘루비콘강’을 건널 것이 확실시된다.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서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북 선제타격 등 군사적 옵션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확전이나 전면전에 따른 수만, 수십만의 인명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도 역부족이다. 한국의 독자 핵무장은 비확산 기조와 배치되고,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악수(惡手)다. 선택지가 안 보이는 딜레마적 상황이다.

대안은 없는가. 필자는 북핵 대응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핵과 ICBM을 거머쥔 김정은 정권과 대화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환상’부터 폐기하는 것이 그 전제이자 출발점이다. 민족과 통일적 감수성에 기대어 어설픈 협상으로 김정은에게 평화를 구걸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핵과 미사일을 고수하는 김정은 체제를 뿌리째 흔드는 ‘한국판 레이거니즘’에 착수해야 한다. 경제와 외교, 군사적 압박을 총망라한 고강도 대북 총력전을 한국이 주도하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정교한 조율 작업은 필수적이다.

핵과 미사일이 체제 유지를 위한 ‘비장의 카드’가 아니라 자멸을 재촉하는 ‘시한폭탄’임을 북한이 깨닫도록 하는 것이 첩경이다. ‘핵·미사일 포기냐’ ‘옛 소련의 전철을 답습할 것이냐’는 양자택일의 심판대 앞으로 김정은을 몰아붙여야 한다.

대북 심리전 강화도 필요하다. 김정은 정권의 실체를 북한 주민에게 알리고, 개혁·개방의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을 가속화해야 한다. 외부 조류의 유입으로 인한 내부 균열과 체제 동요는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북한의 핵 탑재 ICBM이 ‘게임체인저(game changer)’라면 한국은 게임의 판을 바꿔야 한다. 대화와 제재 병행이라는 어정쩡한 접근법으로 북핵을 저지할 ‘골든타임’을 낭비해선 안 된다. 정부가 북핵 현실을 직시하고 냉철한 대응을 주도하길 바란다.

생전의 사하로프는 반핵운동이 소련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가 살아있다면 김정은에게 이런 경고를 하지 않을까. ‘ICBM을 쏘고, 핵무장을 해도 인권 유린과 폭정으로 얼룩진 불량국가는 오래가기 힘들다….’
 
윤상호 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한국판 레이거니즘#북핵 대응 패러다임 대전환#게임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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