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눈치나 보는 검찰, 의문의 최순실 행태 밝혀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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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누구라도 불법을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검사 4, 5명을 투입해 사실상 특별수사팀 체제를 가동했다. 그동안 뭘 하다가 청와대의 ‘하명’이 떨어지고 나서야 부산을 떠는지, 독립적인 판단으로 수사해야 할 검찰답지 못하다. 그러니 수사도 미리 일정한 선을 그어놓고 하는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검찰은 그제 재단 설립 보고 라인에 있던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2명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어제는 K스포츠재단의 초대 이사장이었던 정동구 한국체대 명예교수와 관계자 3명도 소환 조사했다. 정 전 이사장은 언론에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한 달 만에 사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후임 이사장이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되는 최순실 씨가 단골로 드나들던 운동기능회복센터 원장 정동춘 씨다. 최 씨의 전횡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만하다. 최 씨가 미르재단의 최종 결재자였다는 증언도 나온다. 그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재단의 기금을 유용하려 한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은 어제 국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대통령과 최 씨가 아는 사이인 것은 분명하나 절친하게 지낸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 작성에 간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사람이면 그런 말을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최 씨는 박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서거 이후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알았던 최태민 목사의 딸이다. 과거 육영재단에서 함께 일했고, 박 대통령의 오랜 보좌관이던 정윤회 씨의 전 부인이다. 최 씨가 정부 부처와 대기업, 딸이 다니는 이화여대까지 쥐락펴락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오죽하면 그의 딸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돈도 실력이야. 부모를 원망해’라는 글을 올렸겠는가. 그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제 국감장에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재단 기금 모금 과정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한 박 대통령을 향해 ‘죄의식 없는 확신범’이라고 한 것은 지나치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이 수사 가이드라인처럼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청와대가 수사 상황을 지켜보는 등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이 수사까지 실패하면 검찰의 신뢰는 회복하기 힘든 지경으로 전락할 수 있다.
#박근혜#대통령#미르 재단#k스포츠재단 의혹#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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