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계부채 1250조… 알맹이 뺀 대책으로 깡통주택 막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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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6월 말 기준 1257조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어제 내놓은 ‘가계신용’에 따르면 상반기(1∼6월) 가계부채 증가액은 54조2000억 원으로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박근혜 정부 3년 반 동안의 가계부채 증가액(294조 원)이 노무현 정부 5년(193조 원)과 이명박 정부 5년(240조 원)간의 증가액을 넘어서는 수치스러운 기록까지 세웠다.

정부와 한은은 부채 급증 원인을 아파트 분양 열기로 중도금 집단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작년 12월에도 정부는 1166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부동산 때문이라고 보고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땜질형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하지만 1금융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생계형 창업자 등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만 커졌을 뿐이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빚만 크게 늘어나는 ‘부채에 기댄 경제’가 지속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한국이 직면한 역풍으로 인구구조 변화, 극심한 수출 의존, 높은 가계부채를 꼽았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4%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났던 2007년 미국(99.9%)에 육박한다. 현재 미국(79.2%) 일본(65.9%) 유로존(59.3%)보다 높을 뿐 아니라 대출의 질도 떨어지는 총체적 난국이다.

정부는 어제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에 주택공급을 줄이는 방안을 처음 포함시켰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2014년부터 이미 분양물량을 대거 밀어낸 상황에서 공급을 줄이는 대책이 효과를 낼지 의문이다. 대출받아 투기하는 수요를 막으려면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해야 하지만 정부는 ‘둔탁한 규제’라며 제외했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까봐 핵심을 뺀 뒷북 대책만 쏟아낸 셈이다.

정부는 건설경기로 경제를 살린다는 환상부터 깨야 한다. 취약계층별 부채 실태를 파악해 기존 대출의 부실을 막고 집단대출 신청인의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내년부터 분양 아파트 70만여 채가 순차적으로 입주하면서 집값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본적 대책 없이 연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내년 상반기에 한국도 금리를 올리면 가계가 빚을 갚지 못해 대통령선거 무렵에는 깡통주택과 파산 사태가 속출할 수도 있다.
#가계부채#아파트 분양#집단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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